수험 전쟁이나 학력 사회라는 말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과도하게 시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는 취업을 위해서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계속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는다. 이런 사회의 분위기 가운데 학생들이 공부에 시달리는 나머지 그 압력에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생해서 대학교에 들어가는 데까지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에 사람이 변한 듯이 공부를 안 하는 학생들이 많다. 도대체 무엇이 학생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가? '일본인 대학생의 일상' 시리즈 제1회에는 일본 대학생의 수업에 대한 자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수업을 하고 있는 일본 대학 교실에 들어가 보면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고 집중하고 중요한 부분은 메모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손을 들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학생이다. 하지만 눈을 돌려 주변을 보니 첫째 줄에 앉아 있는 학생들만 그렇고 뒤에 있는 학생들은 잠을 자거나 다른 수업의 과제를 하고 있지 않는가! 더욱이 수다를 떠는 학생까지 있다. 일본 대학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수험생 시절에는 지망하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면 시간을 아껴 공부했을 텐데, 그 때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또 학교에 온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학생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 성적은 취업하는 데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 지원할 때 학교 성적표를 제출하기는 하나 회사는 예정된 시기에 졸업할 수 있을 만큼의 학점을 이미 받았는지를 확인할 뿐이다. 즉, 성적이 좋든 나쁘든 거의 상관이 없다. 성적보다 학생이 학교 외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그 일을 함으로써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 아르바이트나 동아리 활동에 힘을 더 쏟게 된다. 밤 늦게까지 과외활동을 하고 제대로 잠을 안 잔 상태로 수업에 들어가서 꾸벅꾸벅 졸아 버리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성적을 받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수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학점을 '뿌리는' 선생님이 적지는 않다. 내가 실제로 만난 교수님을 예로 들어 보자. 첫 수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과제는 없고 성적평가는 출석과 기말 시험만으로 한다. 기말 시험에 낼 문제는 시험 1 주일 전 수업 때 그대로 알려 줄 테니까 굳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학점을 '뿌리는' 교수님은 일류 대학교에도 꽤 있다. '○○대학교는 학점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XX대학교는 학점이 바닥에 떨어져 있으니 줍기만 하면 된다' 이런 말들이 있다. 학점을 받기 쉽다는 것을 비유해서 말한 것이다. 이 말들이야말로 일본 대학교에서 학점을 '뿌리는' 일이 만연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상관이 없다. 그리고 이런 수업에는 학생들이 몰려온다. 대학교는 각 학과마다 졸업하기까지 받아야 하는 학점 수가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졸업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때 마침 이런 수업이 있으면 안 들을 사람은 없을까? 답은 명확하다. 이러면 처음에는 수업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 들으러 온 학생조차도 기운이 없는 분위기와 부당한 평가 법 때문에 기가 막혀 의기소침하기 마련이다.



부끄럽게도 사실 나도 수업을 소홀이 하는 학생들 중의 한 명이었다. 전공 수업만 열심히 듣고 나머지는 제대로 안 듣고 졸리면 잤다. 선배나 친구에게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점을 쉽게 주는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에 유학을 와서 그것은 잘못된 태도임을 깨달았다.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학생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학생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 대학교에도 문제가 있지만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대학교가 부러워졌다.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학교생활을 보낼 것이다. 내가 실제로 한국의 대학교를 다니면서 깨달은 점이 있듯이 독자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무엇인가를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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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