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에 한 강의에서 나는 우리 팀멤버와 만나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 학기 내내 팀플을 함께 해 온 우리는 학기 종강날에 종강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신나게 간 그 자리에서 내가 울 줄은...


내가 우리 팀을 얼마나 좋아하느냐면 매주 금요일에만 있는 그 강의를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남자친구도 아닌데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가 오면 곧바로 확인을 하고, 종강날에 열리는 종강파티가 한두 가지 아닌데도 왔다갔다해서까지 반드시 참석했어야 한 나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날도 정말 신나게 갔었던 자리 말이다.


도착했을 때 이미 모두가 술이 조금씩 들어간 상태라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다 빨개졌고 딱 분위기가 좋은 때였다. 수맥을 만들 때 소주와 맥주를 어떤 비례로 하는 것이 가장 맛있을지, 시킨 과일 셀러드에는 키위가 왜 그렇게 없는지, 이번 학기에 서로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좋고 고마운지 담소를 나누다가 술기운이 오른 그녀는 '난 고백할 게 있어'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엄청난 것을 고백할 기세였다. 오빠들은 그가 술김에 사고를 칠까 봐 말렸다가도 계속 '연문아, 연문아 들어 줘. 오빠들도 들어 줘.'라고 하길래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로 했다.


나에 관한 이야기라니.

나한테 하는 고백이라니.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예전에 팀플을 할 때 조장을 한 적이 한번 있었다. 멤버 중에 일을 안 하는 중국 사람이 한 명이 있었는데 결국 자기가 다 해 주었다고 한다. 그때 화가 많이 났었기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고 그녀는 말하는데 그래서 처음에 우리 팀에 중국 사람이 있다는 것이 못마땅하며 그때 그 중국 사람을 보는 눈으로 나를 봤다고 한다. 여기까지 듣고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우리가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선배가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나서서 만들 줄 알지만 잘은 못 만든다고 했다. 그때 말을 안 한 그녀는 나를 보고 '뭐야 쟤, 나도 만들 줄 알거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부터가 충격이었다.


나는 그 친구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 몰랐고 그의 고백을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른다. 우리가 밤새 동영상을 제작했던 날에 짜증난 그녀를 보고 나는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보면 그때 눈치를 못 챈 나라서 그녀도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밤새 동영상을 만들었던 날에 나는 많이 미안했다. 영상 작업을 할 때는 한 노트북으로만 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작업을 하는 데에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하여 모두가 모여 있는 것이다. 영상 작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집어넣어 영상을 금방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라서 작업이 느리며 맴버들을 함께 밤새게 한 것이다. 그것에 있어서 나는 계속 미안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 보면 그는 밤새 동영상을 열심히 만든 나를 보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그 전에 만난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가 한 말대로는 나는 우리의 팀의 핵심이었고,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내 덕에 팀플을 잘 끝낸 것이라는데 옆에서 듣고 있는 선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해 주었다.


'나는 연문이 때문에 중국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어.'


그 말들을 들은 순간 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참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한 학기 동안 계속 함께 활동해 온 친구인데 내가 그녀가 나 때문에 그렇게 고민을, 그 많은 생각들을 했는지를 전혀 몰랐다. 그리고 이제 다 끝나고 나서 내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감격하는지를 모른다.


혼자서 유학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호주든 한국이든 사람들이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를 잘 안다. 그리고 일부 중국인 학생이 유학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그러한 선입견을 충분히 가질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로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뿐이다. 열심히 하는 나라면 사람들은 그녀처럼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전제는 사람들도 그녀처럼 자기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회의를 해 보는 것이다.


'연문아, 미안해.' 그녀는 내 눈을 보고 진지하게 사과를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 그녀는 이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꺼내서까지 잘못을 인정하고 나에게 사과했어야 한 그녀는 내 눈에 몹시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리 순순하고 지혜로운 그녀에게는 내가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고마워 친구야.



글쓴이: 반연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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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4 15:09


    비밀댓글입니다

  2. 너기

    2013.10.06 06:08 신고


    중국인 유학생 편견이 많이 안좋나요? 몰랐네요; 타향살이 힘내시길.. 그리고 제가본 중국인들은 좋은사람 많았어요.

  3. 예지추

    2013.10.08 17:20 신고


    감동적이 이야기네요~!! 두 분 우정 영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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