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곳에는 가을이 없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가을은 늘 청록색, 황금색, 빨간색의 화려한 단풍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 우리 고향에는 단풍이 없다. 길가의 나무들은 사계절에 따른 변화 없이, 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늘 같은 초록색 모습으로 서 있다. 해마다 달라지는 것은 나무의 나이와 그의 높이일 뿐이다. 교과서에서 단풍으로 가을의 모습을 익힌 나에게 우리 고향에는 가을이 없다





한국 와서는 가을이 들 때마다 아름다운 단풍 경치를 구경하러 갔었다. 올해도 조금 늦었으나 오랜만에 가진 여유로 카메라를 들고 단풍을 찍으러 떠났다. 그리고 떠나가 전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우리의 대화 속에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


"나는 그 사람들이 좋아. 그 사람들은 좀 특이해."


"너는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갑자기 머리에 뭔가를 맞은 느낌이 들고 전에 몰랐던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잠깐 할 말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을 꺼냈다.

"그 사람들은 한국 사람인데 일반 한국 사람하고 달라."라고 나는 말했다. "그 사람들은 생각이 많고, 남의 지적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속한 문화권을 객관적으로 비판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그랬구나, 내가 그 친구들이 좋은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머릿속에서 한번 정리를 해 봤다.


가끔 한국 사람을 만나다 보면 한국 문화가 우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자문화중심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성찰이나 비판 없이 이를 당연시하는 태도이다. 물론 나도 중국의 문화가 매력적이라고 여기듯이 자기 나라의 문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고 안 좋은 면이 있는 법이니 비판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기 초에 교수님은 우리에게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를 읽고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나 빼고는 듣는 사람이 모두 한국 사람인 강의이며,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다음 강의 때 교수님이 들어와서 약간 쓴 웃음을 지으면서 농담으로 말을 꺼냈다.


"우리 학생 중의 누가 나를 신고했다며? 신고하지마, 나 힘들어. 한번 갔다오면 얼마나 힘든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를 몰랐다가 저번 주 강의에서 다시 자본주의의 내용이 나와서 교수님은 물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묻자.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안 돼?"


물론 이것은 예를 들은 것뿐, 내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중에 어느 쪽은 응원하는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그 당시 내가 기뻤던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그리 현명한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체제로 운영되든 우리는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예상하고 그에 해당한 대처를 세움으로써 우리의 사회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했는데 친구가 한 말이 이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은 좀 그래. 비판을 잘 못 받아." 외국인인 우리가 한 말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 한 말이었다. 지적을 받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해 주지 않다는 면에서 나는 "특이한" 내 친구들이 좋다. 그들은 한국에 관한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있어서 이성적이고 개관적으로 비판할 줄 알고 또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긴 시간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가을을 찾으러 떠났다.


올해는 한국에서 보낸 3년째 가을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동경하던 가을을 그대로 그려 주는 한국이 좋다. 또한 3년째의 가을에 나를 특이한 내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준 것에 너무나 고맙다. 가을의 끝은 다가오고 있으며 겨울은 멀지 않았다.


글쓴이: 반연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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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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