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디스글


글쓴이: 코노노바 에바 (러시아)


한국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명절들이 있다. 예를 들면 추석, 단오, 설날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 외에도 기념일이라는 개념의 날들이 있다.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로즈데이, 화이트데이쉽게 말해 데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중에서 납득이 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기념일들도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쓸데없는 한국의 기념일 리스트의 3위를 차지하는 기념일이 바로 화이트데이이다. 뭐 당연히 한국 분들은 물론이고 많은 외국 분들도 아시다시피 이러한 기념일들은 속된말로 사람들의 돈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돈, 즉 물질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이기에 무리수인 기념일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무리류에 들어가는 기념일들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그리고 블렉데이이다. 로즈, 빼빼로, 블렉데이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나눌 수 있지만 오늘은 솔로들과 애인 있는 남자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그리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화이트데이에 대하여 논의 아닌 논의를 해 보려 한다.





시작부터 유래나 이 날에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면 독자들은 이미 아는 이야기에 지루해 하실 것 같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외국인의 입장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인 남자친구를 둔 러시아여자의 입장에서 화이트데이를 실컷 디스해 보려 한다 (화이트데이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은 이쯤에서 이 기사 읽는 것을 버리라고 추천하고 싶다).


먼저 러시아인으로서 납득이 안 되는 첫 번째 부분은 도대체 왜 발렌타인데이를 두고도 화이트데이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여기서 설명을 조금 하자면 러시아에서도 발렌타인데이가 존재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날에 애인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 선물을 바로 주고 (그 선물이 무엇이 되든 크게 상관 안 함. 그건 각자의 고민) 애인이 없는 사람들은 동성친구나 이성친구에게 카드(엽서) 같은 것을 주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남자는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받고 여자는 화이트데이 때 사탕을 받는 것으로 정해 놓았다. 하루에 바로 서로에게 선물을 주면 되지 대체 왜 굳이 새 기념일을 만들어서 여러 사탕업체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냐는 말이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이해 불가인 것은 왜 남자는 초콜릿이고 여자는 사탕이냐는 것이다.


두 번째 납득 불가 사항은 바로 솔로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보면 안 그래도 발렌타인데이 때 여자친구들이 남자친구들 초콜릿 챙긴다고 난리 치는 것도 보기 눈 아플 텐데 왜 굳이 또 하나의 기념일을 만들어서 솔로들을 두 번 죽이냐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참 가슴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화이트데이 뿐만 아니라 여러 기념일에 대한 필자의 의견이다. 애인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러한 기념일들이 있는 것, 더 나아가 더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두려워지는 점이 있고 이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런 기념일들 때문에 사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냥 오늘 여자친구가 예뻐 보여서, 아니면 남자친구가 멋있어 보여서 선물이나 무엇을 주려고 해도 왠지 기념일이 있으니까 오늘 안 줘도 그때 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어 매 순간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솔직히 러시아에 있을 때에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년 단위로 기념일을 챙기는 일은 있어도 백일, 천일, 투투데이, 화이트데이 이런 식의 기념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부터 넌 화이트데이 때 뭐 받았어?”, “너네 백일은 언제야?”, “남친 초코렛은 줬어?” 한국 친구들의 이런 질문들 때문에 양미간을 찌푸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백일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겠고 화이트데이는커녕 발렌타인데이조차 아예 안 챙기는 것이 필자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친구들에게 말하면 너희 왜 그러냐고, 사이가 안 좋냐고 물어올 때가 많다. 독자 여러분도 궁금해 하실까 봐 말씀 드리는 것이지만 우리 사이 누구보다 좋은 커플이다. 그저 이러한 기념일이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을 뿐이다. 이런 적도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선물을 주었는데 오늘 무슨 날이야?”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이런 현상들이 우리가 만들어 놓은 기념일이라는 존재가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론을 지어 보자면 외국인, 아니 그냥 한 여자로서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매사에 있는 일들, 애인들이나 친구들의 긍정적인 행동들과 그 행동들에 따르는 보상을 바로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지지 않은 날에 주거나 받게 된 선물,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선물이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언가를 주려고 특정한 날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을 짓이다. 지금 바로 주지 않으면 늦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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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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