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부튀링 (베트남)


한국에서 생활한 지 이제 2년 넘었다. 한국 문화는 워낙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권 나라들과 비슷해서 그런지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해가 안 되는 관습과 문화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중에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일부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있다.



 


명동이나 대학로, 이태원, 인사동 등의 명소에서 걷다 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쏟아져나오는 커플들은 글쓴이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주었다. 처음에는 한없이 부러웠고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연인들의 명소에 찾아가 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주된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고 길이 복잡하고 공사가 많아 길거리에서 자주 걸어 다니지 않는다. 베트남과 비하면 한국은 오토바이가 적은 편이고 걷는 문화도 보편화되어서 사람들은 팔짱 끼고 길을 다니곤 했다. 역시 커플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연인들은 둘만의 공간은 즐기는 것처럼 데이트 장소는 아주 중요하다. 베트남에서는 커피숍, 영화관에서만 그 핑크빛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반면에 한국에서는 커피숍, 영화관은 물론이고 걷는 길거리, 공원, 행사장, 백화점, 심지어 골목길이라도 어디든지 데이트 코스가 될 수 있다. 편하고 좋기 때문에 만남을 유지하고 연애를 하지, 매일 머리가 쥐날 정도로 아이디어를 짜서 데이트 장소부터 고민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꼭 한번이라도 한국 청년들처럼  한국에서 그토록 편하고 낭만적인 연애를 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글쓴이의 성격은 워낙 예민해서 그런지 요즘 주변 시선 때문에 억지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져 버렸다.

 

3 년 전에 일이 바로 그 계기였다. 친구 덕분에 무료로 '개그 콘서트' 와 비슷한 포맷인 '웃찾사' (웃음을 찾는 사람들)라는 개그 방송에 방청객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10분 정도 진행된 개그 코너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고 절반쯤 진행되자 방청객에게 선물을 주는 코너가 시작했다. 사회자는 방청객 중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증명할 수 있으면 상품권을 주겠다고 했었다. 사람들은 변비 때문에 1주일 화장실 못 간다고 어쩌고 저쩌고 난리가 난 도중에 글쓴이는 나름대로 자랑도 아니고 좀 민망하지만 망설임 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20년 동안 이성 친구와 친하게 지낸 적이 없다고, 키스는커녕 설레게 남자랑 손을 잡은 적도 없다고 말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여태껏 연애 못 했던 거라고 설명은 결국 하지 못 한 채 첫마디 "20년 동안 남자랑 사귄 적이 없다"는 말이 입에 떨어지자 같이 온 방청객들의 안타까운 함성이 귀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회자도 '당신이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구나'라는 눈빛을 주며 무대 위에 올라 오라고 했다. 그 날 무대 위에서 가짜 프러포즈도 받고 상품권도 받았는데 객석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직접 봐서 그런지 찝찝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고 '모태솔로'[1]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위에 언급했던 '연애 경험 전혀 없는 사람들'의 지칭인데 약간 한국사람들이 모태솔로에 대한 편견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속한 환경과 처한 상황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연애를 못 할 수 있을 건데 솔직히 연애해 보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연애 경험 너무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을 너무 우습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회식 자리 에서 내가 모태솔로라고 말하자 한국인 동기들은 대부분 '쟤는 어쩌냐? 불쌍하다', '모태솔로라니, 세상에 이런...', '여태껏 연애 못 해봤다니,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냐?' 라는 눈치였다.

 

나는 솔직히 괜찮다.

 

여태껏 혼자 살아온 것도 좋았다. 나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연애하고 싶고 쭉 솔로로 살 생각이 없는데 마치 나를 '외계인 같은 이상한 존재'로 취급 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자 다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외모라든지, 성격이라든지 여기 저기 좀 바꿨으면 하고 슬쩍 은근한 지적을 했다. 마치 모자란 사람처럼 취급 당할 뿐더러 사람들의 동정까지 받았다. 나중에 어디 가서 더 이상 함부로 모태솔로라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인들은 2학년 말에서 3학년 초에 남자친구가 없으면 졸업할 때까지 연애를 할 수 없다는 '이말삼초'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연애는 너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태솔로한테 사회에서 뒤쳐지는 불안감을 괜히 주는 것 같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말 할 것도 없고 예능, 개그 코너 '안 생겨요', '끝사랑', '우리 결혼 했어요'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연애에 대한 환상을 계속 심어주고 대중 매체에서 끝없이 반복해서 노출 시킨 걸 보면 한국 사회의 연애 지향성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2014 2 6일에 대학내일20대 연구소 라는 기관이 전국 2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대한민국 20대의 연애와 모태솔로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다. 결과는 대학생 절반 이상 (52.3%) 현재 연애 중인 것이고 32.5% 솔로 중에서는 15.3%는 모태솔로인데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모태 솔로라는 이유를 묻자 대부분 소심한 성격, 호감 가지 않은 외모라고 자신으로부터 탓을 하고 모태솔로 탈출 하려고 노력했던 행동들도 그에 맞춰 성형, 미용, 다이어트 시도했다고 대답했다. 연애는 서로 성격이 맞아서 좋아하게 되고 같이 성장하기 위해 맞춰가면서 노력한 것이지 자신이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완벽한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다른 면에서 보면 과연 모든 연애는 다 행복한 건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는 마치 영어 자격증, 해외 어학 연수, 컴퓨터 자격증 등과 같이 연애경험도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스펙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의 정, 공부에 대한 열정, 젊은이의 열렬한 사랑, 수많은 예쁜 정서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은 너무 좋은데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연애마저 쫓아 다니지 않았으면 한다.



[1] 모태솔로: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었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이성간의 교제를 하지 않은 채 티끌 하나 묻지 않고 굳건히 솔로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 http://kin.naver.com/openkr/detail.nhn?docId=12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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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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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둘리

    2014.03.18 08:26 신고


    잘 읽었습니다.
    모태 솔로라고 이상하게 보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유머코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모태솔로다'라며 자학적으로 개그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2. 둘리

    2014.03.18 08:27 신고


    그리고 모태 솔로들 꽤 많아요. ㅎㅎ

  3. 이하은

    2014.07.25 04:37 신고


    공감합니다. 사실상 한국엔 모태솔로가 많죠 ㅎㅎ 이상하게 본다기 보단 '아....공감된다'가 많은 거 같아요

  4. 이수연

    2014.08.11 22:20 신고


    연애도 스펙이다 라는 문구가 신선하게 와닿네요..
    글 쓰신 이후로 남자친구 생기셨는지 궁금해요 ㅎㅎ

  5. 지나가던대학생

    2014.08.20 22:54 신고


    헐 이 글이 정녕 외국인이 쓴 글이 맞나요? wow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도 이렇게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텐데....(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저도 비슷한 내용으로 기사를 쓰려고 하던 중 인터넷 검색으로 글을 읽게 됐는데 공감이 가고, 무엇보다 글이 너무 조리있게 잘 쓰여져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우리나라 사회는 아직 남에게 너무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연애는 개개인의 사생활일 뿐인데 그거에 대해 공개적으로 묻고, 훈수두고... 이래저래 글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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