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이 공포증


글쓴이: 에바(러시아)


우리 모두 알다시피 한국에선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모두가 한 살 먹은 셈이다. 때문에 태어났을 때 이미 한 살이고 그 이후 나이도 따라서 한 살 더 붙여서 센다. 즉 필자를 예로 들자면 92년생이기 때문에 한국나이로 23살인 셈이다. 또한 한국나이 세기의 특징 중 하나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한 살을 먹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의 생일과는 무관하게 11일이 지나면 당신은 한 살 더 늙는 것이 된다.

 

필자가 한국에 처음으로 왔을 때가 5살 때여서 그땐 한국에서 나이를 이런 식으로 센다는 것을 알고 무지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상상을 한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러시아에선 5살이었던 내가 한국에 왔을 때는 생일도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7살이 된 기분이란. 정말이지 황홀했다. 드디어 내가 어른이 빨리 되겠구나 싶은 마음에 러시아 사람을 만나고도 항상 나이를 물어보면 한국식 나이를 이야기하곤 했다. 더군다나 생일이 10월 말이라 연초에는 2살이나 더 먹는 셈이라서 이 기쁜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내가 이만큼이나 컸다고.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의 기쁨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이였을 때와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각각 장점과 단점들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논의하면 철학칼럼이 될 지도 모르니 이 주제는 생략하려 한다. 그리고 간략하게 러시아여자로서 빨리 성인이 된다는 것, 즉 속된 말로 빨리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만 짚어보겠다.

 

먼저 외모적인 면에 대한 것이다. 동양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어려 보인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동양인들, 특히나 한국여자들은 서양여자들보다 피부도 좋고 주름살도 덜 생길뿐더러 그 주름이 생겼다 한들 피부가 서양인보다 어두운 톤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다. 여자로서 정말 부러운 점이다. 때문에 아직 러시아에선 21살 밖에 안된 필자는 한국에 와서 듣는 “23이죠?”라는 말에 바로 거울을 찾게 된다. 분명 얼굴은 러시아에 가면 21살 여자의 얼굴인데 한국만 오면 주름이 생기지 않았나 괜히 확인하게 된다. 정말이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여기에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러시아에선 21살과 23살의 차이가 한국보다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에서는 21살이나 23살이나 둘 다 아직 어리다고 볼 수 있지만 러시아에선 21살은 그나마 조금 철 없이 행동해도 봐줄만한 나이지만 23살이 되면 이미 성인이라는 인식이 더 해져, 느낌이 전혀 달라있다. 때문에 23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러시아인으로서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도 있다. 러시아에 가서 23살이야라고 하면 상대방은 그만큼의 나이가 됐으면 직장도 잡을 만 하고 전체적으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뚜렷한 길이 정해져 있겠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필자는 내일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다. 23살인데 아직도 대학생이냐 라는 비판도 들을 만 하다. 이런 문제는 사소하다고 느낄 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인으로선 이쯤이면 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찾아 오기도 한다(물론 필자만 그런 것일지도).

 

마지막은 우스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외국인으로서 가지는 사소한 문제이다. 이는 바로 나이를 물어보면 본의 아니게 실제 나이가 아닌 태어난 연도를 말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은 이를 불편해 하는 표정을 짓게 된다. 나이를 세야 하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필자의 경우엔 일년에 한국식과 러시아식의 나이 세기로 인해 나이가 3번이나 바뀌니까. 지금도 누군가 몇 살이에요?”라고 물어보면 대답으론 먼저 …”가 나오고 그 다음에 “92년생. 22? 아 아니다. 23살이요가 나오는 순서다.


 

이 기회를 빌려 필자는 모든 외국인한테 나이를 물어보는 한국 분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우리도 우리가 몇 살인지 확실히 몰라서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그리고 하나의 제안도 덧붙이려 한다. 우리 모두 어려지는 그 날을 위해 나이를 태어나는 순간부터 일년이 지난 1살이 아닌 하루가 지난 것으로 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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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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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세령

    2014.07.31 12:59 신고


    ㅋㅋㅋㅋ글재밋게 잘읽엇슴미다:) 전 백인분들 피부하얗고 러시아분들은 특히나 콧대도 높으셔서 마냥 부러워햇는데..! 뭔가 색다르네용ㅋㅋㅋ 외국에서는 나이를 연도로 말하는군요!! 저같은 경우는 어른은 되고싶은데 고등학교는 가기 싫은류....? 여튼 잘배워갑니다!!!

  2. 팬이에요

    2014.09.08 20:22 신고


    방금 티비보고 에바님 찾아봤는데 정말 한국말 잘하시고 이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