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다이짱(베트남)


오늘 또 조용한 밤이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이라는 것은 밤샘, 과제, 학점, 알바 같은 것들이다. 시험 때문에 지쳐도 남자 친구가 없는 나는 스스로 위로해 주곤 한다. '난 괜찮다,' '난 씩씩하다,' '모든 걸 이겨내라.' 이럴 때는 방학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활을 즐기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몇 번 해 봤다. 장애인 분들에게 이삿짐을 옮겨 드리는 것도 있었고, 장애우 아이들과 함께 양평까지 12일 캠프 가는 것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한국에서의 봉사활동과 베트남 봉사활동은 차이가 참 많다. 내가 한국에서 해 봤던 봉사 활동들은 봉사가 아닌 것 같다. 그냥 먹고 놀고 또 먹고 놀았다. 반대로 정말 봉사라는 것은 힘든 일을 해내는 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은 힘든 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순간이 참 그립다.


그때 나는 되게 멋졌다.

수첩을 열어 사진을 한 장씩 차례대로 보았다. , 우연히 화(Hoa) 씨의 사진이다. 화 씨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이고 내가 봉사 기간이 끝나고 수도인 하노이로 행할 때, 우리의 자동차를 뒤쫓아 오던 친구다.


(화 씨: 우측 사진의 오른쪽 소녀)


     그땐 나는 베트남에서  하노이외국어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나와 "난학제이(NGAN  HAC GIAY, 약자로는 NHG)"이라는 봉사활동 동아리는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인터넷에서 NHG을 알게 되었고 마침 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서 신청을 했다비영리조직이라서 후원 지원  단계부터 준비해야 되었고 그 다음 쌀, 생수, 라면 같은 필수품들을 사서 예쁘게 포장까지 잘 마무리해야 되었다. 여기까지 활동들은 준비 단계일 뿐이다. 공식적인  봉사활동은 이틀 동안만 한다. 우리가 봉사할 지역은 하노이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이고 울퉁불퉁한 길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우리 팀이 도착하기 전날 그 지역에 이슬비가 내렸다. 가야 하는 길이 흙길이라 비가 온 다음날에  도로 상황이 엄청 미끄러워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언덕이 가파르기 때문에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자동차가  올라가지 못했다.


     자동차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40분 동안 계속 밀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은  각 봉사자가 어쩔 수 없이 쌀 , 라면 등을  어깨에 지고 부락까지 올라갔다. 부락에 도착해서  저녁에 있을  공연 준비(조명, 무대)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그 다음 날에는 인근주민들의 집을 방문하여 선물을 돌릴 계획이었다. 교육시설이 부족한 곳이었다. 그러나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1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바로 화 씨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인상 깊어서 내가 화씨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될는지는 몰랐다.

그 다음 날 오후, 선물을 돌리고 우리  봉사단은 하노이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헤어질 때, 아이들의 자그마한 손을 들어 봉사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는  참 행복했다. 내 인생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
 
지금 새벽 4시다. 이렇게 늦은 줄 몰랐다. 그만 회상하고 현실 상황을 다시 돌보니 스트레스 밖에 없다. 과제 2, 보고서 1 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힘들다. 힘든 상황에 소중한 추억은 나에게 힘이 되는구나.  추억은 머리에 담고 다시 공부 시작하자...

오늘 또 밤새껏 공부한다. 조용한 밤, 밖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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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1. Lee's

    2014.07.24 17:35 신고


    어딜가나 사람사는거 다 똑같네요,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볼때마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괴감이나 부끄러움도 들어요ㅠㅠ

  2. lee

    2014.08.13 13:11 신고


    한국생활이 힘드신 것 같아요. 저도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우리나라 봉사활동이 진정한 봉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느껴요. 어떤 말을 해야될지 모르겟지만 힘 내시고 생활 줄기시길 바래요. 이런얘기밖에 못해드리는게 미안하네요 ㅜ

  3. 저녜은

    2014.08.18 17:44 신고


    봉사활동을 의무화 해서 점수를 주는 학교들이 생기면서 형식적인 봉사활동도 같이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한국에 와 공부하는 것도 힘들텐데..따뜻한 마음을 가지셨네요 응원합니다!

  4. 정유리

    2014.09.03 21:57 신고


    저는 스스로를 챙기기에도 부족한 사람이라ㅜㅜ
    저를 돌보는데만 급급했지, 남을 돌보는 일은 잘 못해서..
    봉사에 대해 이런 말 쓰기가 좀 부끄럽지만...
    TV를 통해 봉사하는 사람들과 내가 학생일때 다같이 했던 봉사활동은 너무 다르더라구요...

    대충 쓰레기를 줍거나 장애학교에 가서 어린 아이들이 미술수업을 듣는걸 돕는다던지 노인복지시설에 가서 청소를 하거나 어깨를 주물러주는 정도였어요....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지만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예요...
    하지만 늘 '이런게 과연 봉사일까?' 라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땐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냥 다들 하니까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식(?)의 봉사가 굉장히 일반화(??)된 것 같아요....
    아마 요즘도 대부분의 어린 학생들이 단순히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디선가 적당히 청소하고있겠죠.. (씁쓸)

  5. 정예은

    2014.09.15 10:18 신고


    많이 힘들죠.. 저도 외국에서 살면서 공부해본 적이 있고 한국에서 대학생활도 해봐서 많이 공감이 됩니다.. 타국에서 대학공부를 하며 생활까지 영유하는 일이 참 힘들죠. 그래도 지나고 보니 힘들었어도 본국으로 돌아가 생각해볼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었고 처음 겪게 된 경험들이라는 것이 희한하게도 좋은 기억과 추억이 더 오래 남아 많이 그리워지더라구요. 남의 일이라고 쉽게 하는 말 같을지는 몰라도 제 경험을 뒷받침해서 이런 응원을 해드리고싶습니다.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한국생활을 즐길수 있는만큼이라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세요! 한국인들에게도 과제와 레포트 강의수강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랍니다!ㅜㅜ 그래서 휴식과 놀이가 더 꿀맛같을지도요 게다가 봉사활동도 하시니 더욱 멋지십니다! 응원합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