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령 (중국)


“안녕하세요? 얼굴에 복이 많으세요. 눈에 지혜가 언뜻언뜻 보여요.


길을 걷다 보면 정체 모를 책가방 맨 아저씨가 가끔 친절하게 말을 건내 오곤 한다. 마치 그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내 미래를 훤히 내다보듯이 아주 확신에 찬 말투로 좋은 말을 해 주신다. 처음에는 ‘아, 참 좋은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하며 수줍게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고 제 갈 길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꼭 내가 가려고 할 때 한 마디씩 덧붙인다.





“근데 남 모를 근심이 있네요. 요즘 안 풀리는 일 있죠? 저랑 가서 말씀 듣고 나면 머리가 많이 맑아질거에요. 지금 보니 눈에 뭐 끼인 게 있는데 말씀 듣고 나면 싹 걷어져요.


순간 ‘뭐지?’라는 생각이 들며 조심스럽게 되물어보았다.


“혹시... 뭐하시는 분이세요?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마음 공부하는 학생이에요.


‘마음 공부? 학생? 어느 학교?’내 눈에는 너무나도 이상하게 비춰지는 이들의 모습, 따라가면 뭔가 뜯길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 이상한 낌새를 채면 난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냅다 도망치곤 했다. 문제는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또 이렇게 자꾸 부딪치게 되는 이유는 뭐겠냐며, 이건 분명 운명이라며 싫다는 나를 한사코 붙잡고 얘기를 늘어놓았다. 이들의 정체, 대체 뭘까? 내가 살던 중국에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일, 한국에 온지 불과 6개월 만에 적어도 열 번은 겪었다. 도대체 왜 한국에 이런 현상이 있을까?


한국인들과 대화하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바로 이런 현실적인 생각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늘 성공을 쫓고 끊임없이 경쟁한다. 한국의 24시간은 정말 짧았다. 2분마다 오는 지하철을 놓치기 싫어서 빠른 걸음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 회사에서 또 밤늦게까지 야근한다. 그들에게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서점에서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는 책,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 핵심 내용은 ‘진정한 마음의 쉼’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고 모두가 ‘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쉬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가 멈추지 못하는 그 마음, 그래서 더 힐링을 갈망하고 누군가는 이런 힘듦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 하여 ‘마음 공부’를 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만의 일종의 해결책이 아닐까 라는 짐작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길거리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마음 공부’ 하는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는 이제 알 것 같다. 지금도 ‘마음 공부’ 하고 있을 그 청년들과 지금도 빠른 생활 패턴에 지쳐있을 직장인들 모두,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단지 모두 힐링을 갈망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신고

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1. 김주연

    2014.07.28 14:44 신고


    죄송하지만.....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다른나라에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있듯이 한국도 그래요. 저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자기의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사이비(가짜)종교일 수도 있어요. 기도해준다고 하면서 돈 내라고 하고...ㅠ.ㅠ
    저는 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김령 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항상 좋은 분들만 함께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외국에서는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나쁜 사람이 꼭 '저는 나쁜사람입니다'하고 광고하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도 서울에서 바쁘게 생활하다보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자연으로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조용한 수목원이나 산 같은 곳이요...
    혹시 관심이 있으실까봐.....예전에 신문기사 링크 걸어둘게요~~절에서 하는 '템플스테이'와 성당에서 하는 '피정'에 관한 조선일보 기사예요.^^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30/2014043002501.html

    • 김령

      2014.08.14 17:14 신고


      와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링크까지 걸어두시고 좋은 정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조심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다들 선해보여서 첨엔 거절하기 쉽지 않더군요~

  2. 신기은

    2014.08.04 07:38 신고


    김령씨 시각이 너무 따뜻한데요? 저는 그런 "마음공부" 하시는 분들 길거리에서 만나도 한 번도 왜 그 분들이 그러시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각자 사정이 있고 이유가 다르겠지만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는 것도 말씀하신 것처럼 경쟁에 지치고 피곤한 우리 사회의 모습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죠. 좋은 글 감사해요.

    • 김령

      2014.08.14 17:16 신고


      저는 길에 다니다 보면 여러 번 경험하게 되거든요~ ㅋㅋ 그래서인지 생각이 깊게 들더라구요.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3. 여름

    2014.08.05 21:29 신고


    저도 한 때 그런 사람들 많이 만났어요. 저도 처음엔 좋은 말 해주는 줄 알고 한시간 넘게 잡혀있었는데ㅋㅋㅋ

    • 김령

      2014.08.14 17:18 신고


      저도 오래 잡혀있다가 뿌리치기 엄청 힘들었어요~ 이제는 요령껏 알아서 피해다닌답니다~ ㅋㅋ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 조영실

    2014.08.08 10:34 신고


    그분들은 이상한 사람이에요ㅡ 조심하세요.
    그리고 한국인 스스로 느끼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신 것 같아 놀랍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 김령

      2014.08.14 17:20 신고


      이상한 사람이긴 하나 따지고 보면 다들 마음이 공허해서 그런 단체도 많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네요~ 좋은 글이라고 까지 할 수 없을만큼 그냥 제 생각을 엮은 글이라 부족하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5. 정연금

    2014.08.11 01:37 신고


    그 사람들, 포교하는 사이비 종교인들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그 길을 자주 다니신다면 자꾸 만날수 있습니다.
    따라가지 마시고 그냥 무시하세요.

    • 김령

      2014.08.14 17:23 신고


      그런거였군요~ 첨엔 그 사람들 정체가 뭔지 많이 헷갈렸어요. 이상한 사람이란걸 알아버리니 오히려 그 분들 마음이 더 이해되는것 같기도 했답니다. 님덕분에 더 정확히 알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6. 경험자

    2014.08.28 14:30 신고


    본문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인들은 휴식이 부족해요. 그리고 저런 사이비교도들은 그런 사람들의 약한 면을 공략해서 이용해먹는 몹쓸 놈들입니다. 댓글보니 잘 대처하시는 듯 한데 다행입니다.


  7. 정유리

    2014.09.03 21:45 신고


    위 댓글 다신 분 말이랑 똑같은 말 쓰려고 했어요 ;ㅅ;
    몹쓸사람들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