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령(중국)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2007년도에 내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그때가 생각난다. 물론 너무 오래 전 얘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생생하게기억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한국의 지하철 안 광경이었다. 10년도 채 안된 과거이지만 그 때의 한국은 지금이랑 정말 달랐다. 그 큰 변화를 일으켰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스마트폰이 아닌가 싶다. 그때는 아직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8년 전 내가 본 한국인들은 지하철에서 책을 봤다. 그 광경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중국에선 상상도 못해 볼 일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내가 살던 그 고장의 중국인은 차에서 자지 않으면 큰 소리로 수다를 떨었고 혹은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먹거나 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곳에서 책을 본다면 한 단락도 채 읽지 못하고 바로 포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교통수단 중 인구 유동량이 가장 많은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책에 집중하고 있었고 지하철은 내가 생각하던 데시벨보다 훨씬 이하였다.

아저씨들은 늠름하게 앉아서 신문을 펼쳐보고 있었고 청년들은 지식의 양식을 채워주는 인문 관련 책을 보고 있었다. 또한 고등학생들은 지하철에서도 문제를 풀고 있었고 전화를 하며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조차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었다. 한국이 문명의 나라라는 것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속에 있으니 나는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었고 눈만 멀뚱멀뚱하며 시간을 보내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 후로 8년이 지난 2014년 지금, 나는 지하철에서 책을 본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이 더 재밌고 목적지까지 조금 먼 거리더라도 책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또한 이런 자투리 시간마저 유용하게 썼다는 생각에 더욱 뿌듯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주변은 크게 달라졌다. 지하철에 탄 사람들은 대부분 책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마치 아무도 자신에게 말 걸지 말라는 듯이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바닥만 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속엔 뉴스도 게임도채팅방도 영화도 음악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책장을 번지는 그 재미가 없어졌고 책 한권을 다 읽었을 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희열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에는 전자책보다 더 사람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많으니까. 머리에 지식을 채우는 것보다 사람들은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그런 유혹들에 더 쉽게 넘어간다.

그때가 그립다. 지하철에 타면 책장을 번지는 소리도 듣고 싶고 인쇄된 책이나 신문지에 고유한 좋은 향기도 맡아보고 싶다. 그들을 보고 나는 변화했는데 나를 변화시킨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옛 것이 그리운 나는 현시대랑은 좀 거리가 있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했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것이 좋게만 변해갔을까. 편리가 가까워진 만큼 유혹도 더욱 가까워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마트한 세상에 과연 사람들은 스마트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조금 촌스럽고 고지식할지는 모르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그들이 좋았다. 시간을 아낄 줄 아는 그들이 좋았고 책 향기로 가득한 한국이 좋았다. 그때가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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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수연

    2014.08.12 20:50 신고


    저도 가끔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아마 많은 한국인들도 같은 생각을 할거라고 생각해요.
    반성하고 갑니다

    • 김령

      2014.08.14 17:38 신고


      지금도 또다른 한국문화가 많이 생겨나고 있겠지만 사라져가는 문화를 붙잡기엔 참 힘이 약하더라구요. 같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김윤희

    2014.08.13 18:54 신고


    저 역시 어딜가든 스마트폰만 보며 살다가 이제 다시 책을 갖고다니기 시작했어요. 지하철에서 읽으려고요.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정말 사람들이 출판물을 많이 가지고 다녔었는데 요즘은 전부 폰 하나만 있으면 다 해결이 되네요. e-book, 뉴스 등등..

    • 김령

      2014.08.14 17:45 신고


      그렇죠~ 세상이 참 편해졌어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하지만 조금 무겁더라도 출판물을 가지고 다니는게 더 책다운 책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ㅋㅋ 님도 다 읽은 책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쁨을 누리길 바랍니다~

  3. 송곳니

    2014.08.14 01:26 신고


    얼마전 잡지 '샘터'에 기생충을 연구하는 서민교수가 쓴 글이 네이버에도 올라왔어요..정말 아주 공감하는 내용이라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도 함께 읽었는데 한번 읽어보세요!^^
    링크 걸어둘게요(원래 내용을 다 쓰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드실 것 같아서..^^ )

    http://m.navercast.naver.com/mobile_contents.nhn?rid=2807&attrId=&contents_id=62990&leafId=2807&isHorizontal=Y

    • 김령

      2014.08.14 17:53 신고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친절하게 좋은 글까지 알려주시고 ㅋㅋ 서민교수의 글은 정말 놀랍네요. 재미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큰 교훈도 주는 글이었어요.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4. 정연금

    2014.08.14 04:16 신고


    저도 그 시절이 좋지만 지금도 괜찮기는 합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찾아 볼수 있기 때문이지요.자주 못보는 친구들과 소통하기도 쉬워서 더욱 친밀해졌어요.이사할때 짐이 되는 종이책도 많이 버렸습니다. 디지털 문화를 통해 좋은걸 얻으며 살아야 되는데 아이들이 오락적인 것에만 열중해서 걱정입니다.좋은지적 감사합니다.

    • 김령

      2014.08.14 17:59 신고


      그렇죠~ 시대의 발전은 대부분이 큰 진보와 결정적 폐단을 같이 갖고 오는거 같아요. 새로운 혁신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문제를 낳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5. 정유리

    2014.09.03 21:32 신고


    맞아요-
    그 땐 정말 지하철에 타면 신문을 읽는 아저씨들, 문제집을 푸는 학생, 책을 보는 직장인들...
    전 외국인이 아니지만 손에 책은 커녕 종이조각 하나 없이 멀뚱멀뚱 시간만 보낼 때 정말 바보같아서 자책하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게 없어요... 정말... 다들 하나같이 그 작은 스마트폰만 보고있는데...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정말 매력적이고 보기 좋은데
    스마트폰을 보고있으면 설령 스마트북을 읽고있다 하더라도 보기에 안 좋아요...
    개인취향이긴하지만 책을 읽을 때 한 장 한 장 넘길 때 나는 그 사르락 거리는 소리가 참 좋은데 말이죠...
    저도 스마트폰이 있고, 정말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앱을 설치해서 쓰고있고
    언젠가는 책들이 전부 전자화(?)돼서 종이책은 줄고 전자책(???)을 많이들 쓰게 될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한 쪽 벽 가득히 책이 가득한 서재를 갖고싶어요....
    책은 멋져요.

  6. 정예은

    2014.09.15 10:59 신고


    저 또한 요즘 가장 문제시 삼고 있는 주제군요. 전공이 영상제작쪽이라 다큐멘터리나 영화의 주제로 생각하고 있어서 더욱 많이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제 의견을 나눠보고싶습니다. 좋은 의견에 너무나도 공감하고 정말로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아마 이러한 의견에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통제가 안되거나 실질적 피해를 느끼기 어렵고, 편리성과 오락성의 두드러진 장점들로 가감없이 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즘의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 풍경을 보면 가관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모두 작은 기기에 귀며 눈이며 빨려들어 가고있는 모습들이죠.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독서뿐만 아니라 문밖으로 나가 관찰하고 구경할 수 있었던 더욱 다양한 표정, 말소리, 제스쳐들 또한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특히 심한게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연령별 분포가 다양하고 넓게 분포돼 있어 말그대로 남녀노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죠. 심지어 어린 아가들도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보이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 현상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가고 있고 눈만 조금 더 들어보면 눈앞에 어떤 현상(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어느 누구도 그만하자거나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하는 선구자들의 눈에 띄는 행동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국가의 주요 수출과 경영에 관련돼서 개발과 사용을 저지하는 일이 많은 용기를 가져야 가능하기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TV에서도 어린 아이들의 스마트폰중독에 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뉴스를 봤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아이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또 다시 폰을 쥐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안주거나 뺏으면 울음을 터뜨리죠. 여전히 이런 사태에 저는 더욱 다큐멘터리나 영화로 이런 사태를 고발하고 경각심을 주고싶은데요. 이러한 스마트폰 경각심에 관한 콘텐츠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협동심이 중요하겠지요.
    모든 사람들이 하나에 '미쳐있는' 듯한 모습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글쓴이님과 같은 외국인들의 눈에는 더욱 객관적이게 비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거기에 더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독서를 주제로 풀어간 글에 어찌보면 조금은 빗나갈 수도 있는 논제의 댓글일지도 모르겠지만, 저 또한 느낀 바가 많고 문제 상황을 불러일으킨 근원에 대해 얘기나누고자 했습니다.
    너무나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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