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어느덧 6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년이란 시간에서 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무엇을 깨달았고 무엇을 잊었을까? 바람이 불어온다.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눈을 감아본다.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싶다.
"넌 왜 대학원 공부 하는 거야? 취직 때문에?"
"여자가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려고 그래, 그냥 몸매 얼굴 관리 잘하고 시집 잘 가면 되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했던 수많은 말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구절들인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부모님들까지 모두 교사란 직업을 이어받은 가족 환경에서 자란 나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았다.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내가 끝까지 가고 싶었던 건 오직 하나, 석사 공부는 해야 한다.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기에.
대학원을 다니면서, 유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소했던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몸과 마음으로 감명 깊게 느끼고 배우며 단조로웠던 내 일상을 풍부하게 했던 것 같다. 많은 오해로 쌓였던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올바르게 잡혀가면서 그들의 시각으로부터 많은 현상을 보아하니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목표 하나하나를 실현할 때마다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랑을 잃었다. 소중했던 그 사람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던 그 사람 앞에서 난 뒤돌아 서야만 했다. 아프다. 슬프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동갑내기 아이들이 여유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남자친구랑 알콩달콩 데이트하는 시간에 나는 발표자료 준비, 리포트 작성, 학교 일을 해야 한다. 외국생활을 적응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외롭다. 피곤하다. 힘들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 자리에서 머물러 마냥 행복해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더 높이 날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고 방향도 보이지는 않지만.
비 오는 거리에서 헤매는 내 모습이 보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하고 무서워서 떨고 있는 내 초라한 모습. 단 한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지겹도록 외롭고 힘든 과정의 끝에서 내 삶의 빛이 찾아온다는 믿음.
오늘도 난 흩어진 마음을 다잡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해 본다. 온전한 나의 삶, 나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글쓴이: 김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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