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곳에는 가을이 없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가을은 늘 청록색, 황금색, 빨간색의 화려한 단풍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 우리 고향에는 단풍이 없다. 길가의 나무들은 사계절에 따른 변화 없이, 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늘 같은 초록색 모습으로 서 있다. 해마다 달라지는 것은 나무의 나이와 그의 높이일 뿐이다. 교과서에서 단풍으로 가을의 모습을 익힌 나에게 우리 고향에는 가을이 없다





한국 와서는 가을이 들 때마다 아름다운 단풍 경치를 구경하러 갔었다. 올해도 조금 늦었으나 오랜만에 가진 여유로 카메라를 들고 단풍을 찍으러 떠났다. 그리고 떠나가 전에 친구 한 명을 만났다.


우리의 대화 속에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


"나는 그 사람들이 좋아. 그 사람들은 좀 특이해."


"너는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갑자기 머리에 뭔가를 맞은 느낌이 들고 전에 몰랐던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잠깐 할 말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을 꺼냈다.

"그 사람들은 한국 사람인데 일반 한국 사람하고 달라."라고 나는 말했다. "그 사람들은 생각이 많고, 남의 지적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속한 문화권을 객관적으로 비판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그랬구나, 내가 그 친구들이 좋은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머릿속에서 한번 정리를 해 봤다.


가끔 한국 사람을 만나다 보면 한국 문화가 우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자문화중심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성찰이나 비판 없이 이를 당연시하는 태도이다. 물론 나도 중국의 문화가 매력적이라고 여기듯이 자기 나라의 문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고 안 좋은 면이 있는 법이니 비판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기 초에 교수님은 우리에게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를 읽고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나 빼고는 듣는 사람이 모두 한국 사람인 강의이며,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다음 강의 때 교수님이 들어와서 약간 쓴 웃음을 지으면서 농담으로 말을 꺼냈다.


"우리 학생 중의 누가 나를 신고했다며? 신고하지마, 나 힘들어. 한번 갔다오면 얼마나 힘든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를 몰랐다가 저번 주 강의에서 다시 자본주의의 내용이 나와서 교수님은 물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묻자.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안 돼?"


물론 이것은 예를 들은 것뿐, 내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중에 어느 쪽은 응원하는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그 당시 내가 기뻤던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그리 현명한 스승이 있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체제로 운영되든 우리는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예상하고 그에 해당한 대처를 세움으로써 우리의 사회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했는데 친구가 한 말이 이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은 좀 그래. 비판을 잘 못 받아." 외국인인 우리가 한 말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 한 말이었다. 지적을 받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해 주지 않다는 면에서 나는 "특이한" 내 친구들이 좋다. 그들은 한국에 관한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있어서 이성적이고 개관적으로 비판할 줄 알고 또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긴 시간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가을을 찾으러 떠났다.


올해는 한국에서 보낸 3년째 가을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동경하던 가을을 그대로 그려 주는 한국이 좋다. 또한 3년째의 가을에 나를 특이한 내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준 것에 너무나 고맙다. 가을의 끝은 다가오고 있으며 겨울은 멀지 않았다.


글쓴이: 반연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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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등교하고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숨을 돌리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나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이런 한결같아 보이는 대학 생활이지만 어느새 후배가 들어오고, 또 시간이 흘러 수료할 시기가 되고,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가 눈앞에 다가오는 법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그만큼 열심히 놀고 하면서 바쁘게 지냈던 대학 생활도 이제 종반에 들어선다. 즐거운 대학 생활을 마무리 짓기 위해 대학생들이 해야 하는, 큰 일이 하나 더 남겨져 있다. 그것은 '진로 결정', 즉 취업이다. 가을 학기에 들어가서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취업에 관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본 대학생들은 어떤 식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인가? 일본의 취업을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졸업하는 연도의 약 1년 전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4년 3월에 졸업하는 학생은 2013년 12월부터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한다. 즉, 3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채용에 대한 정보는 12월 1일에 일제히 공개되기 때문이다. 12월 1일부터 회사는 각각 설명회를 열거나 지원서를 받는다. 새해가 되면 점차 전형이 진행돼 4월 이후에 회사는 내정을 통지할 수 있고 그 다음해 4월부터 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2015년 3월에 졸업할 학생들의 스케줄을 예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2013년 12월: 채용 정보 공개

2014년 1~3월: 설명회, 선형 진행

2014년 4월~: 점차 내정 통지

2015년 4월: 입사

12월 1일에 정보가 공개될 때까지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느 회사에 지원할지를 대충 생각해 놓을 필요가 있다. 즉, 엄밀히 말하면 12월부터 준비를 시작하면 뒤늦은 것이다. 취업 활동을 순조롭게 하려면 12월에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미리 회사 정보나 자기 분석을 해 놓아야 한다. 사실 이 현행 제도는 2016년부터 바뀔 예정이다. 대학 생활이 1년 넘게 남은 시기에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2016년부터는, 정보를 공개할 시기가 2015년에 늦춰졌다. 그러나 학생이나 기업 쪽에서는 반대하는 소리가 나와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졸업 논문을 쓰는 시기와 겹쳐 학생 생활의 마무리가 되는 졸업 논문에 충분한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불만이 있고, 기업들은 '기업에 대해 잘 모른 채로 지원할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다'라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졸업을 하고 나서 시간을 두었다가 일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졸업하기 전에 진로가 정해지지 않으면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졸업하고 한참 지난 사람들을 회사 쪽은 좋게는 안 본다. 졸업하고 무엇을 했는지, 면접관들을 설득시킬 만한, 어지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휴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국에 와서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에 놀랐다. 더 놀란 것은 휴학을 한 '이유'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이런 이유들을 들었을 때 나는 "한국에서는 그런 이유로 휴학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사람이 잘 생각해서 낸 결론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나쁘게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본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휴학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영 없는 것은 아니나, 일본보다 한국이 더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휴학을 했을 경우에도 취업 면접을 볼 때에는 꼭 면접관이 질문을 하기 때문에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취업난인 지금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휴학을 했거나, 졸업 후에 공백 기간이 있으면 취업은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대학에 재학 중에 일단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만약 그것이 희망한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내정을 받으면 그 회사에 들어간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그 꿈에 도전하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2015년에 졸업할 예정이다. 즉, 올해 12월부터 취업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조금씩 취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행 스케줄에 찬성한다. 취업 준비에는 불안감도 있고 가능한 한 일찍 일자리를 구하고 걱정거리를 없애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하면 꽤 일찍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일본 대학생들. 나는 취업 때문에 마지막 하기를 정신 없이 지내는 것보다 일찍 끝내서 남은 대학 생활을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취업 스케줄이 좋다.

글쓴이: 사유리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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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지팡이를 짚으며 돈을 넣어 달라는 뜻으로 밥공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시나요? 가끔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기도 하지요. 혹시 불쌍해서 그 밥공기에 돈을 넣어 준 적은 있으시나요? 혹시...... 의심해 본 적은 없으시나요?



저 멀리서 지팡이가 바닥을 '탕탕'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제자리에서 의자 쪽으로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지팡이로 자신이 발을 내디딜 앞의 공간에 조금씩 조금씩 확인하듯이 바닥을 '탕탕' 치면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조심스럽게 걸어갑니다.

오후 시간이라서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만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지하철 마지막 칸에 서 있었는데 마침 그분도 지팡이를 들고 저의 옆이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 있게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때는 왠지 모르게 시선이 그 쪽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됐어요.

그분이 돈을 세고 있었어요!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인 척 지팡이를 들고 눈을 감으며 사람들의 연민으로 받은 돈을 열심히 세고 있었던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감았던 눈을 뜬 채 흔들리는 지하철의 요동을 지팡이의 지탱이 아닌 양 다리로 몸의 균형을 잡더니, 돈을 다 세고 나서 눈을 지긋이 감고 지팡이를 바닥에 짚으며 다시 '출발'합니다. '탕탕' 하며 지팡이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더니 사라졌습니다. 지하철 안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오며 사람들은 의젓이 각자 할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하철은 흘러가는 시간처럼 한치의 기다림 없이 캄캄한 지하에서 달립니다. 유리창에는 무표정한 얼굴들은 비추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어'라고 하는 듯이......


무의식 중에 사회는 직업에 대한 레벨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는 직업이 아닌 능력으로 레벨을 나누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공무원은 물론이고 변호사, 의사, 그리고 교사 등 '~사'가 들어간 직업들은 보통 '좋은 직업'으로 복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지하철 입구에 마치 구걸하듯 앉아 있는 사람들, 혹은 위에서 이야기한 그분처럼 속임수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사람들은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러한 일도 직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답니다. 수입이 있으니까 말이죠.

중국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일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다릅니다! 이것을 비겁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마음이 아프다는 느낌이 먼저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기에 멀쩡한 분들이, 충분히 지식이 아닌 노동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안타까움이 절로 나옵니다.

당신도 분명히 지하철을 한번 쯤은 타 본 적이 있지 않으실까요? 당신도 어쩌면 제가 본 그분을 본 적이 있지 않으실까요? 그럼 당신도 물론 처음 봤을 때는 무엇인가를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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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갈 때면 마중 나오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반겨 주는 사람이 있다. 근데 믿겨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분과 서로 모르는 사이다. 그리고 말을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그분은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고 아주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간다.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서만 일하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들은 다 그분을 알고 있었다. 그분의 일상에 따라 사람이 시계를 맞출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분은 다름 아닌, 동네에서 폐지를 모으는 백발의 할머니다.



매일 보는 사이니만큼 낯익을 분이지만 다가간 적이 없어 아주 낯선 분이기도 했다. 이번은 용기를 내서 다가가 봤다. 나이도 많은데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일부러 새벽 일찍 일어나서 따스한 음료수와 함께 할머니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나는 낮잠을 잘 자는 편이라서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드디어 할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할머니가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나타나셨다.

바쁘신 그분에게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면서 나의 학생신분을 밝혔다. 뜻밖에 할머니는 흔쾌히 승낙하고 아주 경쾌한 어조로 "나는 나이가 81!"라고 알려 주셨다. 부산 억양이 섞인 말투였다. 할머니는 나와 이야기를 잘 나눠 주셨다.

"난, 뭐, 별 거 한 것도 없어. 그냥 여기에 두어 둔 박스를 한 곳에 모아서 정리해 놓고 사람이 오면 실어 가곤 해. 난 그 무거운 것을 실어 갈 수 없으니깐. 그럼 그들이 와서 싣고 가고, 뭐 주고 싶은 대로 나한테 용돈을 주고 가곤 해. 살림에 조금이라도 되면 돼."

"근데 할머니는 혼자 사세요?"

"아니여, 난 딸이 있어~" 할머니의 목소리를 많이 낮아졌다.

"딸이 늘 정신장애로 병원에 있었거든. 며칠 전 병원에서 나왔어. 일을 못해. 그래서 나라도 이렇게 나와서 버는 거지."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내가 뭐라고 말을 이어야 될지를 몰랐다. 가족 얘기를 꺼내서 미안해졌다. 할머니의 상처에 내가 다시 소금을 뿌린 기분이었다.

할머니는 나의 미안한 마음을 느꼈는지 "내 딸 많이 낳아진 거야. 많이 좋아졌어!"

할머니께서는 말을 하면서도 손에 있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 계속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벌 수 있으면 벌어야지 뭐. 사람은 열심히 살다 보면 다 좋아진다고...

할머니는 절에 간다고 하면서 총총한 걸음으로 떠나셨다. 나의 따스한 음료수도 마다하셨다. 내가 외국인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지금도 부모님 돈을 쓰고 있는데 이런 것을 함부로 사면 안 된다"고, "잘 배우고 돌아가"라고 하셨다.

나는 나이 드신 분이 아직도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분이 만약 나의 어머니라면, 나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면... 나이가 지긋하도록 그렇게 일을 하게 내비두는 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니라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머니의 사정을 듣고 이 세상은 다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일하게 되는 노인들은 다 자식이 불효자였기 때문에 아니라는 것을.

글쓴이: 임미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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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번 버스가 서서히 정류소 앞에 멈췄다. 이른 아침이라 버스에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도 적어서, 버스는 멈춘 듯하면서 바로 출발하려고 시동에 걸린 잔잔한 진동을 하였다. "잠깐만요!..." 바로 그 때 나의 머리 뒤에서 산들바람처럼 가늘지만 쨍쨍한 목소리가 전해 왔다. 가방을 매고 양손에는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음료수까지 가득 들고 핑크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뚱뚱한 여자애가 뛰어오고 있었다. 짧은 치마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하여 작은 발 폭으로 걷는 속도로 뛰어오는 뚱뚱한 여자애가 간신히 차에 올라탔다. 그 여자애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와 동시 그를 쳐다보게 된 세 사람의 시선을.



144번 버스는 여자애가 타고나서 마치 시간에 쫓긴 저승사자처럼 급히 문을 닫더니 바로 출발했다. 버스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방금 그 여자애에게 시선을 빼앗은, 나의 양 옆에 조용히 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 두 분이 입의 지퍼를 열기 시작했다. 

"어머 세상에,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었다니... 걷는 거 봤어? 쯧쯧" 

그리고 옆에서 바로 말을 받아준다. "그러게, 날씬하면 이쁘기나 하지. 뚱뚱한 게 저렇게 짧은 걸 입으니, 참..." 
그러더니 왼쪽에 있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중간에 '끼어 있는'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흝어 보더니 뭔가 안심한 듯이 다시 맞장구를 쳐 준다. 

"그렇지, 그 엉덩이 봐, 삐딱삐딱하면서 참 보기 싫어..." 

오른쪽에 있는 아주머니도 나를 한번 흝어 보고 흥분을 가라앉지 못하며 말을 이어 준다. "요즘은 성추행이니 뭐니 하는데, 애들이 저렇게 입으니 안 당할 리가 있나? 쯧쯧..."

"저렇게 입고 다니니 당해도 싸지..."

"저건 성추행을 하려는 사람을 자극하는 짓이지"

......

그 때 나는 속으로 오늘 바지를 입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듣는 내내 식은 땀이 나는 줄 알았다.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피하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그 자리에 가만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38번 버스가 오고 왼쪽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말없이 버스를 타더니 오른쪽 아주머니도 바로 그 뒤에 따라온 56번 버스를 향해 빠른 걸음을 했다. 138번과 56번 버스가 '붕붕' 하고 가스를 가득 내뱉고 출발했다. 나만 멍하니 자리에 남았다...... 두 아주머니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당당하게' 말을 걸고 길거리에서 손가락질하며, 제3자인 나에게도 들리도록 남을 평하고 논한다는 것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소곤소곤 남의 흉을 보는 것처럼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 지역의 풍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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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운 것이 무엇이냐.


식당에서 차가운 물만 준다든지,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판다든지, 답이 매우 다양할 수 있는데 나는 한국에 와서 기대조차 안 해 봤던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이 가장 놀라웠다. 그 치열함을 직접 느끼기 전에 나는 중국이 충분히 경쟁이 심한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진정한 치열함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 어학원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적이 있다. 선생님이 외국인 친구와 택시를 타고 어떤 유치원을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그 유치원 앞에서 모여 있는 학부모들이 울고 있었다고 한다. 그 장면을 보고 친구는 물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리 슬프게 우는 것이냐. 알고 보니 그 유치원은 강남에서 최고로 유명한 유치원이었다. 모든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그곳으로 보내고 싶어할 만큼 지원하는 인원수가 어마어마한데 유치원 측에서는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해 당첨으로 아이를 뽑으려고 한다. 선생님과 친구가 그곳을 지나가던 날은 바로 당첨 결과가 나온 날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출동하여 결과를 확인하러 왔는데 당첨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결국 다 같이 울게 된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린 학부모들의 심정에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는 학생이라는 직업이 참으로 쉽지 않다. 아침 7시와 밤 10시 외의 시각에 길거리에서 교복을 입고 다니는 학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은 온종일 학교나 학원에만 틀어박혀 있다. 집 또한 그들에게 잠만 자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야자(야간 자유 학습)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갈 때 서로 '내일 보자'가 아니라 '이따 봐'라고 하고 헤어진다.


그들은 나중에 대학교로 들어가서도 역시 스펙을 쌓느라 바쁘고 자격증을 따느라 서로 얼굴 보기 어려운 것이겠지요?


대학교 선배는 나를 보고 이리 말하였다. 한국에서 취직하려면 적어도 100통 이상의 이력서를 보내야 할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놀라면서 한국인 학생들에 대한 우려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에만 집중하다 보니 진정한 인성교육이 안 되며, 결국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는 여유라는 것조차 잊게 될 것이겠지요?


한국을 그토록 학생을 괴롭히는 사회로 만든 것이 대체 무엇일까?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빨리빨리문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모든 일을 빨리 처리하도록 하는 '빨리빨리문화'는 한국을 주변 나라보다 경쟁이 더 심한 사회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 전체에서 불안정하며 초조한 분위기를 형성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는 가끔 들 때가 있다. 급속도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불질적 부유함을 가져오지만 사람들을 빠른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조급한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욕속불달(慾速不達)', 맹자도 그리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성공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클수록 우리는 한발 뒤로 물러서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 침착하고 인내심이 강한 정신적 승화가 우리에게 가지게 되며 삶을 즐기는 법도 알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유를 잊으면 안 된다.

한국인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리 반성하게 된다.



글쓴이: 반연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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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y

    2013.10.01 22:05 신고


    중국이 충분히 경쟁이 심한 나라라고 생각했었다고 하시는데 중국은 경쟁률이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과 비교해서 쓰시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2. 예지추

    2013.10.08 18:20 신고


    중국인 눈에도 경쟁이 심한 걸로 보이는군요! 사실 엄청 경쟁이 심하죠... 학생들이 참 불쌍할 정도예요

한국인이 본 외국인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가 외국 사람이라 그런지 외국인 친구들도 많습니다. 친구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들도 아주 많습니다. 제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한국인 친구를 사귀었어요. 지금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2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친구는 단 한 명도 사귀지 못 했어요. 그냥 수업을 같이 들으러 갈 때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떠는 정도에 그칩니다. 가끔 선배를 만나 수다를 떨 때가 있는데요. 다들 앞에서 "우와 너 한국말 정말 잘한다", "잘 생겼다!"와 같은 말, 그런 아부를 좀 합니다.



그런데 저도 사람들한테 잘해 주고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한 번은 선배와 여가시간에 담배타임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남자들과 다를 것 없이 여자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야! 너 때문에 한국 여자가 한국 남자를 안 만나잖아! 한국 여자들 더럽히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고 선배가 말했더니 나는 속으로 "헐~!" 하고 반응을 억눌렀습니다. 아무리 농담으로 말해도 그런 말은 정말 싫습니다. 저는 그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학교 말고도 사회에서 알게 된 형들도 그런 말을 하고 경찰서에서 통역 알바를 할 때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매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국인이 외국인 남자를 나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을 아주 개방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데요. 맞습니다만, 개방적이라고 해도 그 런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인들 중에서도 개방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남자들이 왜 외국 남자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금 알 수 있습니다. 뉴스에 미군과 외국인 근로자, 이러한 사람이 성추행이나 강간 등과 같은 일 때문에 한국 남자들의.... 아니, 한국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바뀝니다. 한국 사람들 중에도 그런 나쁜 사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은 외국인 한 명이 한 번 잘못을 하면 모두가 나쁘게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여자들, 또한 외국 남자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면에 "외국인은 무섭다", "냄새 난다"와 같은, 말이 안 되는 발언도 합니다. 한국 사람이어도 냄새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꼭 중동 사람, 피부가 까만 사람이면 더더욱 근로자 냄새, 위협을 느낀다고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면, 흑인은 갱스터 백인은 훈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이렇게 사람을 겉보기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흑인들이 더 친근하고 착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사람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만 믿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처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아무리 무섭게 생긴 사람일지라도 겉으로 판단하지 말고 좀 더 대화를 통해 사람을 존중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종을 가리지 말고 말이죠!

감사합니다!


글쓴이: 아미르 방기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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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1. jenny405

    2013.10.06 14:07 신고


    우와 완전 공감가는 멋진생각과 글!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

  2. 숨짱

    2013.10.06 17:45 신고


    잘 읽고갑니다^^

  3. Anny

    2013.10.07 03:32 신고


    좋은글이네요! 얼굴을 보고 판단하는 세상은 아니죠 이제!공감해요~

  4. 2013.10.18 11:17 신고


    한국인은 개인주의 보다 집단주의가 강한 나라입니다. 예를들면 공무원 한명이 뇌물을 받았을 때 뇌물 받은 공무원만 욕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전체를 욕합니다. "공무원 놈들이 뭐 다 그렇지. 다 잘라버려라!" 이런 식으로요. 한국인들은 외국인들과 내국인들이라는 틀에 놓고 외국인들을 다른 집단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 입니다. 물론 요즘에야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옛날보다는 심한편이 아닙니다. 점차 나아지겠죠.

  5. ㅜㅜ

    2013.10.30 14:06 신고


    한국에서 계솓 살던 나보다 작문을 훨씬 잘하시내요...... 부럽다

  6. Jane

    2013.12.09 04:14 신고


    나두 완전 공감! 겉 보단 속 !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문화가정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문화의 빛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는 사회, 하나금융그룹과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다양한 문화가 균형있게 어우러진, 밝고 건전한 미래를 위해 다문화가정이 사회에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2개의 대규모 사업 중에 '하나키즈오브아시아'(Kids of Asia)라는 사업이 있다.



'하나키즈오브아시아'는 다문화가정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머니 나라의 말과 문화를 당당히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문화라는 특성을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강점으로 개발하여,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갖고 더 나아가 글로벌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3가지 주요사업이 있고 첫째로, '하나토요베트남'이라는 특별한 학교가 있다.

'하나토요베트남학교'라는 사업은 현재 서울과 인천, 안산, 부천의 4가지 지점으로 분교되어 있다. 서울 하나토요베트남학교는 2008년 10월, 인천 학교는 2009년 8월, 안산은 2010년 8월, 그리고 부천 학교는 작년 2012년에 추가로 개소되었다. 본 학교는 7세 이상 학생들만 받아들이며, 현재 4개의 학교의 총 학생수는 115명(서울 40명, 인천 37명, 안산 24명, 부천 14명)이다. 학생들은 매월 1,3째 토요일에는 2시간 30분간 언어수업을 듣고 2,4째 토요일에는 4시간 30분간 언어수업과 문화수업을 듣는다. 그 외에 1년에 학생의 학습 내용 점검을 위하여 연 2회 평가하고 여름캠프 연 1회, 송년회 연 1회 등의 추가 활동을 즐겨 진행하고 있다.


 


이 특별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대부분 베트남 어머니의 언어를 쥐꼬리 정도만 알고 간단한 대화까지도 할 수 없는 학생이 많다. 또는 말을 조금만 할 수 있더라도 글을 전혀 모르는 학생이 되게 많다. 학교에 다니면 글자를 배우는 동시에 제2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또 자기와 비슷한 친구들과 사귀어 같이 노는 기회가 제공되니 애기들 뿐 아니라 애기의 부모도 마음에 든다고 한다. 또는 올해 2013년부터 베트남어는 수능에 1과목으로 선정되었으니 본 학교에 대한 기대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보람이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은 '하나키즈오브아시아'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더 자세한 정보를 참고하실 수 있다.


글쓴이: 레투짱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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