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모든 도시, 모든 나라의 얼굴이다. 건물은 주민과 방문객이 느끼는 그 곳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곳곳의 특징이 드러나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가 표현된다. 따라서 모든 도시나 지역이 자기만의 건축적 이미지와 메시지로 유일하다.

서울은 사람과 건물이 꽉 들어찬 커다란 도시다. 여기는 전통과 현대가 어울려 존재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전통은 현대적 실현을 위해 희생돼 버리는 것은 한국의 일상이다. 오래된 건물이 있는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개발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것은 특히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잘 볼 수 있다. 얼마 안 남은 한옥집은 제외하고, 오래된 집이 차갑게 해체된다. 대신에 새로운 고층 아파트가 생긴다. 놀라운 것은 그 아파트의 겉모습이 다 똑같다는 점. 서울이나 다른 도시나 시골까지, 어디 가든 하나같은 회색 아파트들이 보인다. 한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내가 전혀 못 봤던 광경이다. 붕어빵처럼 똑같이 생긴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시각적 매력이 전혀 없고 그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한국 사람은 타운하우스나 분위기 있는 오래된 집, 창의적인 디자인의 새로 지은 집 대신 상자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지난 몇십 년, 한국의 빠른 경제적 발전과 관련이 있다. 70~80년대에 신속히 도시화되면서 도시로 이사하는, 많은 사람을 위한 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군사정부로부터 창의적인 혁신에도 제한이 있었다. 이것은 그때 지은 건물들이 소련시대 건물과 비슷하다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소련의 일부였던 리투아니아에서 온 나는 그것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아직도 소련 때 지은 건물들이 남아 있고 다 비슷비슷하고 너무나 못 생겼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되면서 건물을 짓는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그래서 두 번째 설명은 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실용적 편리함을 고려하면서 집을 구매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을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가치를 정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어떠어떠한 아파트에서 살아야 명망이 있다. 그런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시골까지, 마을에서 사는 사람도 도시 사람처럼 살고 싶어해서 똑같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골에 20층이나 되는 아파트!

아파트는 서울과 한국의 얼굴을 만드는데 표정이 좀 어둡다. 그런데 이 표정은 단청만 봐도 속마음을 드러내는, 진정한 한국의 표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 사이에 길거리를 찾아 다녀다 보면 아늑한 옛날 동네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이지만 머잖아 도신 아파트의 흰색 물결에 삼켜질까 봐 걱정이다. 



글쓴이: 카리나 (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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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혹시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지팡이를 짚으며 돈을 넣어 달라는 뜻으로 밥공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시나요? 가끔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기도 하지요. 혹시 불쌍해서 그 밥공기에 돈을 넣어 준 적은 있으시나요? 혹시...... 의심해 본 적은 없으시나요?



저 멀리서 지팡이가 바닥을 '탕탕'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제자리에서 의자 쪽으로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지팡이로 자신이 발을 내디딜 앞의 공간에 조금씩 조금씩 확인하듯이 바닥을 '탕탕' 치면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조심스럽게 걸어갑니다.

오후 시간이라서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만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지하철 마지막 칸에 서 있었는데 마침 그분도 지팡이를 들고 저의 옆이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 있게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때는 왠지 모르게 시선이 그 쪽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됐어요.

그분이 돈을 세고 있었어요!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인 척 지팡이를 들고 눈을 감으며 사람들의 연민으로 받은 돈을 열심히 세고 있었던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감았던 눈을 뜬 채 흔들리는 지하철의 요동을 지팡이의 지탱이 아닌 양 다리로 몸의 균형을 잡더니, 돈을 다 세고 나서 눈을 지긋이 감고 지팡이를 바닥에 짚으며 다시 '출발'합니다. '탕탕' 하며 지팡이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더니 사라졌습니다. 지하철 안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오며 사람들은 의젓이 각자 할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하철은 흘러가는 시간처럼 한치의 기다림 없이 캄캄한 지하에서 달립니다. 유리창에는 무표정한 얼굴들은 비추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어'라고 하는 듯이......


무의식 중에 사회는 직업에 대한 레벨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는 직업이 아닌 능력으로 레벨을 나누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공무원은 물론이고 변호사, 의사, 그리고 교사 등 '~사'가 들어간 직업들은 보통 '좋은 직업'으로 복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지하철 입구에 마치 구걸하듯 앉아 있는 사람들, 혹은 위에서 이야기한 그분처럼 속임수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사람들은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러한 일도 직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답니다. 수입이 있으니까 말이죠.

중국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일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다릅니다! 이것을 비겁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마음이 아프다는 느낌이 먼저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기에 멀쩡한 분들이, 충분히 지식이 아닌 노동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안타까움이 절로 나옵니다.

당신도 분명히 지하철을 한번 쯤은 타 본 적이 있지 않으실까요? 당신도 어쩌면 제가 본 그분을 본 적이 있지 않으실까요? 그럼 당신도 물론 처음 봤을 때는 무엇인가를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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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역은 붐비고 다급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주중에도 그렇고 주말에도 어디를 향해 가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총총한 발걸음을 옮기면서 서로 어깨가 스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간다.

다만 목적지를 향하는 열차가 역으로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찾아오는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폰(smartphone)을 만지작거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혹은 책을 보면서 잠깐의 '쉼'을 가진다. 이런 인파 속에서 나도 무심한 태도를 취하고 가만히 주변을 관찰하거나 낯선 도시 속의 여러 얼굴들을 흝어본다. 그러는 와중에 서울 지하철역만이 가지는 하나의 문화 풍경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이 작은 풍경을 발견했을 때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이 무척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얼른거리는 스크린 도어 유리벽에 길고 짧은 시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적혀 있는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 시민들의 작품들도 있는가 하면 유명한 시인들의 익숙한 시들도 보였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시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공공장소에서 하나의 큰 보물을 발견한 만큼이나 감동했었다. 그 후엔 짬짬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거기에 적혀 있는 시들을 살펴보곤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지하철역에 적혀 있는 시들을 묶은 시집도 시중에 출판되어 있다. 제목은 '행복의 레시피(recipe)'이다. 2010년의 통계에 의하면 서울시 지하철역 203개의 스크린도어 유리벽에 3,485개의 시가 부착되어 있다고 한다. 서울시의 이와 같은 문화 프로젝트는 향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지하철역 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소와 같은 공공장소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한글이 가지는 언어적인 미(美)를 퍼뜨릴 수 있는 한편, 또 보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만드는 것 같다.

지하철역 스크린 도어에 적혀 있는 시들은 단순하면서 감칠맛 나기도 하고 재치 넘치는 시들도 있다. 또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 깊은 인생의 무게를 담은 시들 등등 여러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시들로 가득한다. 한글만이 가지는 언어적인 색감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이 시들을 찬찬히 보고 음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번뜩이는 화면 한 가득 쉴 새 없이 반복되는 광고들로 난무하는 도시, 그 중심에 차분하게 나눔 글꼴로 적혀 있는 시들을 여러분들도 한번 만나보기를 바란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조용한 말을 속삭이는 문화 풍경. 이는 유혹들로 가득하고 갖은 정보를 쏟아내는 모든 매체들을 압도하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본 시중에서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시는 이대역 10-3번 스크린도어에 적혀 있는 권갑점 시인의 시이다.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내 마음 따라가기 힘들다.

그렇다고 침묵은 말아라. 네 마음 따라가기 더욱 힘들다.

- 권갑점 (이대역 10-3)


이 시를 본 순간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즉석에서 메모 해 두었다. 이 시가 마침 그때 나의 심경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모순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시기였고 화해하려면 침묵의 얼음을 깰 필요가 있었지만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냉전을 지속하면 자찻 그 친구와 멀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를 보고 용기를 내서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따뜻한 안부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와 같이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새겨 있는 시들로부터 용기 혹은 지혜를 얻은 사람들이 꼭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울이 가지는 이 독특한 문화 풍경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글쓴이: 최정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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