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갈 때면 마중 나오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반겨 주는 사람이 있다. 근데 믿겨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분과 서로 모르는 사이다. 그리고 말을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그분은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고 아주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간다.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서만 일하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들은 다 그분을 알고 있었다. 그분의 일상에 따라 사람이 시계를 맞출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분은 다름 아닌, 동네에서 폐지를 모으는 백발의 할머니다.



매일 보는 사이니만큼 낯익을 분이지만 다가간 적이 없어 아주 낯선 분이기도 했다. 이번은 용기를 내서 다가가 봤다. 나이도 많은데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일부러 새벽 일찍 일어나서 따스한 음료수와 함께 할머니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나는 낮잠을 잘 자는 편이라서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드디어 할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할머니가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나타나셨다.

바쁘신 그분에게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면서 나의 학생신분을 밝혔다. 뜻밖에 할머니는 흔쾌히 승낙하고 아주 경쾌한 어조로 "나는 나이가 81!"라고 알려 주셨다. 부산 억양이 섞인 말투였다. 할머니는 나와 이야기를 잘 나눠 주셨다.

"난, 뭐, 별 거 한 것도 없어. 그냥 여기에 두어 둔 박스를 한 곳에 모아서 정리해 놓고 사람이 오면 실어 가곤 해. 난 그 무거운 것을 실어 갈 수 없으니깐. 그럼 그들이 와서 싣고 가고, 뭐 주고 싶은 대로 나한테 용돈을 주고 가곤 해. 살림에 조금이라도 되면 돼."

"근데 할머니는 혼자 사세요?"

"아니여, 난 딸이 있어~" 할머니의 목소리를 많이 낮아졌다.

"딸이 늘 정신장애로 병원에 있었거든. 며칠 전 병원에서 나왔어. 일을 못해. 그래서 나라도 이렇게 나와서 버는 거지."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내가 뭐라고 말을 이어야 될지를 몰랐다. 가족 얘기를 꺼내서 미안해졌다. 할머니의 상처에 내가 다시 소금을 뿌린 기분이었다.

할머니는 나의 미안한 마음을 느꼈는지 "내 딸 많이 낳아진 거야. 많이 좋아졌어!"

할머니께서는 말을 하면서도 손에 있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 계속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벌 수 있으면 벌어야지 뭐. 사람은 열심히 살다 보면 다 좋아진다고...

할머니는 절에 간다고 하면서 총총한 걸음으로 떠나셨다. 나의 따스한 음료수도 마다하셨다. 내가 외국인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지금도 부모님 돈을 쓰고 있는데 이런 것을 함부로 사면 안 된다"고, "잘 배우고 돌아가"라고 하셨다.

나는 나이 드신 분이 아직도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그분이 만약 나의 어머니라면, 나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면... 나이가 지긋하도록 그렇게 일을 하게 내비두는 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니라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머니의 사정을 듣고 이 세상은 다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일하게 되는 노인들은 다 자식이 불효자였기 때문에 아니라는 것을.

글쓴이: 임미나 (중국)




신고

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한국의 패밀리 사랑




한국인 친구 덕분에 지난 금요일 아주 핫한 아이돌 콘서트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롯데 패밀리 페스티벌'이라고 지난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삼일간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롯데면세점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서 브랜드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 만든 자리라고 한다. 나는 첫날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1차 공연은 주로 K-POP 스타들로 이루어진 무대였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발라드의 부드러움을 보여 준 2PM이 있는가 하면 야성미가 넘치는 목소리와 안무를 보여준 2PM도 있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걸그룹 MISS A, SISTAR, 걸스데이도 있었다. TV로만 계속 봐왔던 가수들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찼었다. 무대 음악을 따라서 만명이 넘는 관객들과 노래를 함께 외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음악이 모든 관객을 하나로 만드는 느낌? 그래서 패밀리 페스티벌이라고 한 것일까?

이번 콘서트의 '패밀리 페스티벌'이란 컨셉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주로 아이돌 그룹으로 이루어진 콘서트인데 왜 패밀리 페스티벌(Family Festival, 가족 축제)라고 불렀을까? 그 뒤에는 한국의 어떤 특유의 문화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번 콘서트가 어떻게 해서 패밀리 컨셉이었는지 주로 두 가지로 생각을 정리했다. 하나는 관객과 무대와의 조화를 이룬 면에서이고, 다른 하나는 가수와의 조화를 이룬 면에서이다.

● 무대와의 조화

첫째, 무대 스크린은 관객의 좌석배치를 포옹하는 자세로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9월 13일의 공연에서는 공연장 내부의 좌석을 없애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감미로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공연 시작하기 전에 무대와 관객들의 소통이 있었다. 즉, 모든 관객들 더러 참여하고 두근거리게 할 수 있는 '촬영 타임'이 있었다. 이것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카메라는 관람석에 앉는 임임의 두 사람을 전 관객이 다 볼 수 있는 스크린에 띄우고 자막을 통해서 문제를 묻거나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커플이면 뽀뽀, 친구면 화이팅 하라는 제스처를 만드는 것이다.



● 가수와의 조화

첫째, 이번 축제에서는 여러 대의 가족구성원을 고려하여 다양한 가수를 선보였다. 최근에 나온 아주 핫한 틴탑, 빅스, 백퍼센트가 있는가 하면 늘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실력파 가수 장동하, 조성모, 장기하 등도 있었다. 주최진이 가족의 여러 연령대를 고려하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익숙하고 흥이 나는 노래를 같이 불러야 공감이 가고 더 많은 정서적인 힘을 갖게 된다. 마지막 즈음에 전 관객이 일어서서 2PM과 함께 HANDS UP(핸즈 업)이라고 외쳤다.



이번 콘서트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아주 많은 활동에서도 패밀리란 컨셉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름에 한강 휴양지에 가면 가족끼리 텐트를 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치킨에 과일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벚꽃 축제도 연인이나 친구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가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한국은 패밀리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라는 것을 나로 하여금 뼛속 깊이 느끼게 한 것은 여수 엑스포 관람을 갔을 때였다. 엑스포 안의 디지털 갤러리 아레는 오고가는 유람객 뿐만 아니라 시트를 깔아 놓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좀 충격 받았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엑스포를 했을 때는 주최진은 전람코스를 짜내기만 했지, 이렇게 가족에게 양보해 줄 자리와 공간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활동이라면 거의 가족의 컨셉이 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따뜻함을 나한테 전해 준 한국의 패밀리 문화가 너무 좋다!


글쓴이: 임미나 (중국)

신고

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오늘이 외롭나요?



어디에서 유학생활을 하든 외로움은 불가피한 것이다. 낯선 언어, 낯선 사람, 낯선 음식... 그러나 처음부터 낯설었던 것은 아니다. 이 나라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찼었기 때문에 우리는 유학을 왔고 자기 나라와의 다른 덤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 눈앞에 펼쳐진 이 나라는 낯설다는 느낌보다 색다르고 신기하고 ㅅ랑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전에 상상했던 유학에 대한 환상이 하나하나씩 깨질 때 우리는 익숙한 것도 갑자기 낯설어지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유학을 준비하는 동생에게 이런 말을 해 준다.

너무 기대하지 마. 아님 다 친다.

어떤 일을 하든 만약 그 일이 "일생에서 단 한 번"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일이더라도 보람이 있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유학하는 친구들한테서 "한국 생활이 재미있어!"라고 들을 때마다 나는 한 가지를 그 친구에게 물어본다. "만약 편생 여기에서 산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답은 달라진다. "응!" 하며 확신하는 친구도 있는 반면 주춤하고 그냥 웃는 친구도 있다.

나는 예전에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봤고 지금 석사 공부를 하기 위해서 다시 와 있는데 어쩐지 예전에 왔을 때와 느낌이 좀 다르다.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는 그냥 맛보고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맛보는 것보다 맛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엄숙함이 좀 깃들어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기서 재미없이 힘들게 지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난 지금 살고 숨쉴 수 있는 이 하루하루가 너무 좋고 신기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어디에 있든지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외로울 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같은 생각을 할 건지... 


글쓴이: 임미나 (중국)

신고

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친구야, 한잔하자




술을 대하고 노니, 인생이 무엇인가?

아침 이슬 같으니 지난 날의 고통이 많구나


한국 친구와 술자리에서 계속 읊게 되는 시이다. 처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을 때 이 낯선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나의 외로움을 달래 준 것은 다름 아닌 한국 친구들하고 그들과 함께 했던 술자리였다. 중국에서 입에 술을 댄 적 없던 내가 한국에 와서 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것도 부모님한테서 아니고 친구들한테서 말이다. 친구 덕분에 한동안 술을 잘 마셨고 술 마시는 법도 배운 것 같다. 참이슬은 삼겹살에 마시는 것보다 참치에다 마시는 것이 소화도 잘 되고 덜 취하고, 비 오고 적적한 날에는 파전에다 막걸리라는 것, 등산할 때는 물이나 음료수를 가지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걸리도 가진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같이 등산하는 일행들이 가방에 막걸리를 넣고 온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참 술을 좋아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술은 아주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낯선 사람이라도 한번 술자리를 갖게 되면 서로에 대해서 호감도 증가되고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는 분위기를 타서 쉽게 마음을 열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술을 맛니는 것보다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 한국 술 문화의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중국어로 말하면 공음(共飮), 즉 다 함께 마신다는 뜻이다. 이것은 중국의 술 문화와 비슷하다. 중국어에는 무주불성석(無酒不成席)이란 말이 있다. 술이 없으면 모임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술은 그냥 알코올이 아니고 그 안에는 어떤 정서적인 힘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정서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한국에 와서 술자리에서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남녀사랑도, 우정도 아닌 삶에 대한 사랑 말이다. 마음을 열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진심으로 친구의 말을 경청해 주는 것, 나는 나 밖의 다른 하나의 삶을 알아나가는 듯 싶다. 그 어떤 사소한 일, 스트레스 받았던 일이라도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말해 버리는 순간 번뇌는 말 따라 사라지는 것 같고 남는 것이란 친구의 이해와 더 돈독해진 우정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술 문화를 사랑한다. 오늘도 친구야 한잔하자!


글쓴이: 임미나 (중국)

신고

About the Author - 타일러 라쉬

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