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한글 사랑이 대단하다. 한글날이 국가 휴일이 될 만큼 말이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한구 드라마도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한글 창제의 역사를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비록 이 드라마와 한글 창제의 역사가 얼마나 유사한지는 입증할 수 없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한글도 그렇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세종대왕이 참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 사람들도 그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고 "우리말"이라고 수식할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예를 들어, 영어권 나라, 혹은 중국에서는 자기들이 쓰는 언어를 '우리'라는 말로 잘 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한글 사랑이 남달라도 내가 보기에는 역설적인 몇 가지 현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역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한국인들은 영어화된 용어를 계속 만들어내고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단어들은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니다. 한국어는 표음 기제에 속하는 언어라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역설적인 부분은 한국인들이 영어화된 어휘에 대해서는 별로 반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지만 반면에 일본어 외래어, 혹은 중국어 외래어(한자어)에 대해서는 정확한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지적하고 "축출"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이다.

글로벌화된 흐름을 역류할 수 없으니 영어 외래어가 많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역설적인 것은 한국인들이 한글 사랑이 각별해도 영어 외래어를 괜한 장소, 혹은 상황에서 스스럼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온 외국인들은 또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영어 외래어를 알아 듣지 못한다. 그리고 굳이 꼭 영어 외래어로 하지 않아도 되는데, "더 멋지다", "더 있어 보인다" 하면서 사용할 때 그렇다. 그럴 때면, 한국인들의 한글 사랑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예를 들어, 이 글의 제목이 "한국인들의 한글 사랑 역설"보다는 "패러독스"를 씀으로써 더 많은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영어권 외국인들은 "패·러·독·스"라고 말하면 "what!?"하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인들은 일본어를 어원으로 하는 어휘에 대해서는 아주 비판적이다. 한번은 같이 사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닭도리탕을 만들어 먹게 됐다. 그 친구는 내가 자꾸 "닭도리탕"이라고 말하자 "닭도리탕은 일본어야. 정확한 우리 말로는 닭볶음탕이라고 해야 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닭볶음탕"을 만드는 내내, 내가 "닭도리탕"이라고 말하는 순간마다 "아니라니까, 닭볶음탕이라고" 하면서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어 외래어를 사용할 때마다 지적을 당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한국인들이 식민지 역사에 대한 트라우마(trauma)를 가지고 있어서 더 한글에 뿌리 박힌 일본어 단어들을 뽑아내려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그런 행위들이 꼭 한국인들이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 단어라서 그렇게 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자기 언어에 대한 자부심은 민족감정과 글로벌화된 흐름 가운데서 가끔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글쓴이: 최정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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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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