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세 번 치고 고려대로 들어온 동기가 있다. 수능을 세 번 친 이유를 물어보면 "그때 추구하는 게 있었는데 계속 실패했으니까 이제 그만 포기해야겠다 싶어서 고대로 왔어"라고 말했다. 그말은 듣고 "아, 모두가 들어오려고 난리치는 명문대인 고대는 이 친구에게 최선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 친구가 바라는 최선, 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말투를 들어보면 서울대는 아닌 것 같다. 고려대보다 위인 학교는 서울대일 뿐인데 고대로 들어와 있는 그에게 최선이 서울대가 아니라면, 그가 꾸미고 싶었던 미래는 결코 학교 랭킹 또는 수능 성적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에게는 인생의 다른 가능성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꼭 명문대를 다녀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의 수능은 아니지만, 호주에서 대학입학시험을 치고 좋은 성적을 버린 친구가 있다. 학교에서 최우수상까지 타고 97.5/100의 대학입학 성적으로 호주의 어느 대학이든 입학할 수 있었던 그는 명문대에서 온 입학제의들에 거절하고 호주를 떠났다.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하면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보증은 없으나, 그리 될 수도 있다는 기회에 거절한 그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났어야 한 그는 대체 다른 어떤 길을 선택했을까?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 그는 한국으로 와 어학과정을 걸쳐 지금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전공하고 있다. 에? 철학과? 왜 남들이 탐나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해서 철학을 배우러 한국으로 왔어야 하는 것이지?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그때 본 대학입학시험은 그저 호주 유학생활을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본 시험일 뿐이다.


대학입학시험을 안 본 친구가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대신 자동차전문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잘 나가는 타일 회사의 영업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학력지상주의인 사회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남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며, 더 많은 차가운 시선을 느낀 그가 지금 이 자리까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평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는 그에게 대학입학시험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다녀서 대학입학시험을 보고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쳐도 고등학교 3년과 대학 4년 과정에 드는 돈과 시간은 그저 감당하지 못할 부담일 뿐이며,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해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대학입학시험은 그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다.


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줄임말. 이와 같은 평가 시스템은 미국의 SAT를 비롯해 세습제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개인의 능력으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이다. 시험을 보고 대학에 합격한 자들은 능력자이며, 남들보다 좋은 직장을 다닐 만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개인이 갖고 있는 재주나 능력으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사회는 능력주의사회이다. 한국처럼.


나는 한국인 학생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로지 수능을 잘 보기 위해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학교, 학원, 집 세 군데를 오가면서 공부에만 집중한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학원을 다닌 적이 한번도 없었고, 한번은 정말 수학을 너무 못한다는 생각에 과외 선생님을 구해 왔는데 역시 나에게 안 맞는 것 같아서 수업을 한 번만 듣고 접게 됐다. 공부하느라 하루하루 6시간 밖에 안 자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내일이면 수능이다. 진심으로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 단지, 한 가지 기억해 둘 것이 있다면 수능이 시작도 끝도 아니라는 것이다. 잘 쳤다고 해서 인생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잘 못 쳤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생길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그리 하고자 한다면.


수험생 여러분, 서울리즘과 함께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모두들 파이팅하고 시험을 무사히 잘 마치기를 바라겠습니다~!!!


글쓴이: 반연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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