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부튀링 (베트남)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믿음이 더 중요한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고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은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연애 조작단이라는 영화를 본 후에 이 2가지 질문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특별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살면서 사랑을 계속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의 사랑, 친구의 사랑, 가족의 사랑 등과 같은 그 많은 사랑 중에서 남녀의 사랑이야말로 신비롭고 발견하기가 가장 어려운 사랑이 아닐까 싶다. 시나 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소재인 사랑도 대부분 그 신비로우면서도 유리조각 같은 예쁜 남녀 사랑이었다. 한 사람을 계속 만나면서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자꾸 보고 싶고 자신의 예쁜 모습, 자신의 장점들을 다 보여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점점 커가지면 신경을 많이 쓰곤 했다. 만날 때마다 숨을 못 쉴 정도로 마음이 설레고 또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현상이 생길 때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애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랑은 감정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 정해진 기준은 없다. 사람들은 항상 사랑이라는 감정을 비슷하게 일어난 호감과 헷갈리기 십상이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 만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사랑처럼 자신만의 완벽한 사랑을 찾아다니곤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무엇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인가? 이 영화에서 여러 가지 사랑을 보면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병훈과 희중은 시험장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껌 사건이 없었으면 둘이 그냥 한번 만나고 서로 인생에 지나간 사람으로 잊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여자가 예쁜 긴 생머리를 자르게 만들 정도로 당시 병훈은 희중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준 셈이다. 2년 후에 프랑스에서도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아마 그 순간부터 이 만남이 보통의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연이라고 믿으면서 자연스럽게 사귀게 된다. 그때 둘이 만들려고 했던 '사랑'은 아직 깊어지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흔들린 것 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억지로 만든 사랑의 결과는 헤어지게 되었다. 병훈은 먼저 그사랑을 배신한 사람이었다. 사랑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병훈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희중이 믿을까 말까 하는 시간을 주지 않고 오히려 희중에게 죄를 돌리고 의심한다. 그는그냥 오해하고 싶었어. 그래야 내 맘이 편해질 것 같아서라고 자기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대해 변명했다. 진짜내 잘못 잊으려고, 내 맘이 편해지고 싶어서그렇게 희중을 억울하게 죄인으로 만들어서 자기의 '사랑'까지 망쳤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발견했다. 그때 사랑은 뭔지 모른다고, 행복한 순간을 알지 못한다고,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결국 깨달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믿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다는 것이고 조금만 더 사랑했었다면 다 해결할 수 있었을 문제라고 인정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사랑'은 믿음만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원히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면 희중의 진정한 사랑은 언제 나타날 것인가? 바로 희중의 인생에서 만난 두 번째 남자인 상용이었다. 상용은 희중이랑 사랑을 이루어 달라고 부탁할 때 마침 영화 처음에 나오는 조작단의 도움을 받아서 사랑을 이룬 남자들처럼 다른 사람이 대신 만들어준 사랑은 쉽게 마음을 바꾸고 그 사랑을 버릴 것 같았다. 시라노라는 연극 작품에서 나오는 주인공인 시라노에게 동정이 쉽게 간 것처럼, 아무도 크리스티안이라는 남자를 생각해 주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위해 사랑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준 시라노는 물론 보기엔 가슴이 아프고 가엾지만 시라노만큼 여주인공을 간절히 사랑하는 크리스티안도 마음이 얼마나 오죽했으면 그런 말도 못하는 부탁을 했었을까? 상용은 사랑한다는 말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지만 희중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희중과 많은 추억이 있는 병훈보다 대시하는 용기가 없는 어슬픈 상용은 희중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끝에 모두 자기의 사랑을 찾아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도 인상적이다. 상용은 힘겹게 드디어 희중의 사랑을 얻었고 병훈은 희중을 잊을 수 있을 만한 민영이랑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 말이 있듯이 누구나 자기만의 사랑이 있으니까 서두를 필요없고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차분히 기다리면 결국 사랑이 올 것이라는 이 영화의 의미를 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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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ism은 주한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한국어 웹진입니다. 천차만별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세계 속의 서울을 배경으로 해서 국제학생의 관점에서 생활과 문화, 사회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act Me: 운영자메일주소




글쓴이: 부튀링 (베트남)


한국에서 생활한 지 이제 2년 넘었다. 한국 문화는 워낙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권 나라들과 비슷해서 그런지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해가 안 되는 관습과 문화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중에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일부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있다.



 


명동이나 대학로, 이태원, 인사동 등의 명소에서 걷다 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쏟아져나오는 커플들은 글쓴이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주었다. 처음에는 한없이 부러웠고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연인들의 명소에 찾아가 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주된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고 길이 복잡하고 공사가 많아 길거리에서 자주 걸어 다니지 않는다. 베트남과 비하면 한국은 오토바이가 적은 편이고 걷는 문화도 보편화되어서 사람들은 팔짱 끼고 길을 다니곤 했다. 역시 커플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연인들은 둘만의 공간은 즐기는 것처럼 데이트 장소는 아주 중요하다. 베트남에서는 커피숍, 영화관에서만 그 핑크빛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반면에 한국에서는 커피숍, 영화관은 물론이고 걷는 길거리, 공원, 행사장, 백화점, 심지어 골목길이라도 어디든지 데이트 코스가 될 수 있다. 편하고 좋기 때문에 만남을 유지하고 연애를 하지, 매일 머리가 쥐날 정도로 아이디어를 짜서 데이트 장소부터 고민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꼭 한번이라도 한국 청년들처럼  한국에서 그토록 편하고 낭만적인 연애를 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글쓴이의 성격은 워낙 예민해서 그런지 요즘 주변 시선 때문에 억지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져 버렸다.

 

3 년 전에 일이 바로 그 계기였다. 친구 덕분에 무료로 '개그 콘서트' 와 비슷한 포맷인 '웃찾사' (웃음을 찾는 사람들)라는 개그 방송에 방청객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10분 정도 진행된 개그 코너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고 절반쯤 진행되자 방청객에게 선물을 주는 코너가 시작했다. 사회자는 방청객 중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증명할 수 있으면 상품권을 주겠다고 했었다. 사람들은 변비 때문에 1주일 화장실 못 간다고 어쩌고 저쩌고 난리가 난 도중에 글쓴이는 나름대로 자랑도 아니고 좀 민망하지만 망설임 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20년 동안 이성 친구와 친하게 지낸 적이 없다고, 키스는커녕 설레게 남자랑 손을 잡은 적도 없다고 말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여태껏 연애 못 했던 거라고 설명은 결국 하지 못 한 채 첫마디 "20년 동안 남자랑 사귄 적이 없다"는 말이 입에 떨어지자 같이 온 방청객들의 안타까운 함성이 귀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회자도 '당신이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구나'라는 눈빛을 주며 무대 위에 올라 오라고 했다. 그 날 무대 위에서 가짜 프러포즈도 받고 상품권도 받았는데 객석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을 직접 봐서 그런지 찝찝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고 '모태솔로'[1]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위에 언급했던 '연애 경험 전혀 없는 사람들'의 지칭인데 약간 한국사람들이 모태솔로에 대한 편견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속한 환경과 처한 상황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연애를 못 할 수 있을 건데 솔직히 연애해 보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연애 경험 너무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을 너무 우습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회식 자리 에서 내가 모태솔로라고 말하자 한국인 동기들은 대부분 '쟤는 어쩌냐? 불쌍하다', '모태솔로라니, 세상에 이런...', '여태껏 연애 못 해봤다니,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냐?' 라는 눈치였다.

 

나는 솔직히 괜찮다.

 

여태껏 혼자 살아온 것도 좋았다. 나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연애하고 싶고 쭉 솔로로 살 생각이 없는데 마치 나를 '외계인 같은 이상한 존재'로 취급 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자 다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외모라든지, 성격이라든지 여기 저기 좀 바꿨으면 하고 슬쩍 은근한 지적을 했다. 마치 모자란 사람처럼 취급 당할 뿐더러 사람들의 동정까지 받았다. 나중에 어디 가서 더 이상 함부로 모태솔로라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인들은 2학년 말에서 3학년 초에 남자친구가 없으면 졸업할 때까지 연애를 할 수 없다는 '이말삼초'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연애는 너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태솔로한테 사회에서 뒤쳐지는 불안감을 괜히 주는 것 같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말 할 것도 없고 예능, 개그 코너 '안 생겨요', '끝사랑', '우리 결혼 했어요'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연애에 대한 환상을 계속 심어주고 대중 매체에서 끝없이 반복해서 노출 시킨 걸 보면 한국 사회의 연애 지향성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2014 2 6일에 대학내일20대 연구소 라는 기관이 전국 2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대한민국 20대의 연애와 모태솔로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다. 결과는 대학생 절반 이상 (52.3%) 현재 연애 중인 것이고 32.5% 솔로 중에서는 15.3%는 모태솔로인데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모태 솔로라는 이유를 묻자 대부분 소심한 성격, 호감 가지 않은 외모라고 자신으로부터 탓을 하고 모태솔로 탈출 하려고 노력했던 행동들도 그에 맞춰 성형, 미용, 다이어트 시도했다고 대답했다. 연애는 서로 성격이 맞아서 좋아하게 되고 같이 성장하기 위해 맞춰가면서 노력한 것이지 자신이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완벽한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다른 면에서 보면 과연 모든 연애는 다 행복한 건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는 마치 영어 자격증, 해외 어학 연수, 컴퓨터 자격증 등과 같이 연애경험도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스펙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의 정, 공부에 대한 열정, 젊은이의 열렬한 사랑, 수많은 예쁜 정서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은 너무 좋은데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연애마저 쫓아 다니지 않았으면 한다.



[1] 모태솔로: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었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이성간의 교제를 하지 않은 채 티끌 하나 묻지 않고 굳건히 솔로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 http://kin.naver.com/openkr/detail.nhn?docId=12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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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둘리

    2014.03.18 08:26 신고


    잘 읽었습니다.
    모태 솔로라고 이상하게 보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유머코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모태솔로다'라며 자학적으로 개그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2. 둘리

    2014.03.18 08:27 신고


    그리고 모태 솔로들 꽤 많아요. ㅎㅎ

  3. 이하은

    2014.07.25 04:37 신고


    공감합니다. 사실상 한국엔 모태솔로가 많죠 ㅎㅎ 이상하게 본다기 보단 '아....공감된다'가 많은 거 같아요

  4. 이수연

    2014.08.11 22:20 신고


    연애도 스펙이다 라는 문구가 신선하게 와닿네요..
    글 쓰신 이후로 남자친구 생기셨는지 궁금해요 ㅎㅎ

  5. 지나가던대학생

    2014.08.20 22:54 신고


    헐 이 글이 정녕 외국인이 쓴 글이 맞나요? wow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도 이렇게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텐데....(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저도 비슷한 내용으로 기사를 쓰려고 하던 중 인터넷 검색으로 글을 읽게 됐는데 공감이 가고, 무엇보다 글이 너무 조리있게 잘 쓰여져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우리나라 사회는 아직 남에게 너무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연애는 개개인의 사생활일 뿐인데 그거에 대해 공개적으로 묻고, 훈수두고... 이래저래 글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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