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님,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그냥 저한테 어울리게 해주세요. 예쁘게......”

, 그럼 요즘 제일 유행인 걸로 해드릴게요.”

!”

 

미용실의 창밖에는 흰 눈이 포근히 겨울의 소식을 전하러 왔다. 흰 눈은 미용실의 창 안을 보며 소곤댄다.

 

어머, 저게 요즘 유행이라는 헤어스타일이라는 거야?”

그래, ○○ 연예인이 하고 나와서 유행이 됐다잖아.”

근데, 저 애한테는 어울리지 않은데…… 얼굴도 커 보이고……”

그러게 말이야, 쯧쯧……”

 




몇 시간 후 ……

미용실의 거울 속에는 경악한 표정을 진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을 머리 위에 덮어쓴 모습이 비추어졌다.

손님, 다 되셨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고 그는 한 마디 불만도 하지 않았다. 서서히 미용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니 어느새 세상은 갓 출가하려는 신부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처량한 그의 모습을 비꼬는 것만 같이.

 

그러게 머리를 할 때 자기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했어야지……”

내 말이, 자기가 그 과정을 다 지켜봤으면서도 중간에서 의문을 제기하지도 주장을 내세우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으니, 잘못돼도 할 말이 없는 거지……”

우리처럼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장식해주고 세상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며 주었으니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예쁘다고 하잖니……”

 “그래 그래, 우리는 서로 자신이 할 말은 다 하고 살잖니……”

 

몇 개월 후……

봄은 살며시 눈을 녹이고 빗물로 세상에게 샤워를 해 주며 새로운 트랜드를 알리러 왔다. 세상은 곧 초록색으로 장식된 생기발랄한 이미지로 변신할 것이다. 세상이 원한 것으로……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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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비밀


그 해의 겨울은 유달리 집요하게 악다구니를 쓰며 버티고 있다. 우렁찬 소나기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겉늙은 봄이 겨울을 물리치며 자리를 차지할까 싶더니 어느새 초여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연은 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다.


마치 새빨간 거짓말처럼 붉게 물들여진 천이 세월의 흔적이 깊이 묻어난 얼굴을 덮는 순간, 간신히 벽을 기대며 바들바들 떨던 몸이 마치 공기가 빠진 풍선마냥 힘없이 미끄러져 주저앉게 된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 백지마냥 창백해지고, 초점을 잃은 두 눈에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뛰쳐나왔다.


그 해 겨울, 그녀는 할머니의 죽음을 비밀로 삼게 됐다.





어릴 적부터 친구마냥 곁에 있어주며 부모의 역할까지 맡아주신 할머니는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존재였다. 항상 "1등"으로 학교에 도착하고 저녁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허리가 반달처럼 굽혀진 할머니가 있었고 오른 손에는 언제나 따뜻한 기온을 가져다 준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왼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햇볕이 쨍쨍 쪼여 땀이 절로 흐르는 여름이든 눈이 펑펑 내려 걸음조차 걷기 힘든 겨울이든, 할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밝은 아침이든 어두운 밤이든 항상 그 시간에 그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항상 그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어려서 그런가, 그녀는 할머니가 준 이 사랑, 당연하고 또 영원한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그녀의 옆자리를 지켜온 할머니가 반신 마비로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할머니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이제는 남의 도움이 필요한 할머니가 미웠고, 그녀를 보면 계속 옆으로 오라고 하는 할머니가 귀찮았으며, 반신 마비 때문에 한 쪽 팔 다리밖에 쓸 수 없기에 쩔쩔매며 걸어 다니면서 남의 손짓을 받는 할머니가 창피하고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할머니도 느꼈다. 곁으로 오라고 할 때 항상 찌푸리는 그녀의 얼굴, 학교에서 다녀오는 그녀를 불편한 몸으로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싫증을 내는 그녀의 눈빛, 그리고 손을 잡으려고 할 때 슬쩍 빼내는 그녀의 손짓, 할머니는 다 알고 있었다. 입에 넣으면 녹을까 봐 주머니에 넣으면 떨어질까 봐 아끼고 예뻐했던 손녀딸이 자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몰랐었다. 웃는 얼굴 뒤에 울고 있는 할머니의 마음을......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할머니의 사랑, 영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새 할머니의 곁에서 쫄쫄 따라다니던 그녀가 여자아이에서 훌쩍 소녀로 커버렸다. 하지만 할머니의 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심각해졌다. 그녀를 본체만체하고 그녀가 손을 잡아 줘도 더 이상 흐뭇한 웃음이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녀를 잊어가고 있었다. 슬픈 기억은 버리고 어릴 적 자기의 분신마냥 따라다니던 그녀를 기억하면서, 할머니는 그녀를 "비밀"에 숨겨두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숨결이 거칠어진 할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간다......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어릴 적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게 철부지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멀리서 할머니의 병변 소식을 듣고 병원에 도착한 그녀가 할머니 옆에서 쭈그린 채 땅에 앉아 있을 때, 할머니는 이미 그녀를 잊어버렸다. 눈물이 할머니의 모습을 가릴까 봐 그녀는 손으로 닦고, 드디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할머니가 자기에게 준 사랑은 당당하지만 당연하지는 않고 영원하지만 또한 영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결국 할머니는 사실(死神)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였다.


마치 새빨간 거짓말처럼 붉게 물들여진 천이 세월의 흔적이 깊이 묻어난 얼굴을 덮는 순간, 간신히 벽을 기대며 바들바들 떨던 몸이 마치 공기가 빠진 풍선마냥 힘없이 미끄러져 주저앉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백지마냥 창백해지고, 초점을 잃은 두 눈에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뛰쳐나왔다.


할머니는 그녀를 자신의 비밀상자에 파묻었다. 말 한마디 없이......


우리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후회하곤 한다. 그리고 또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후회할 일을 만들곤 한다.

당신의 비밀상자에는 수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지만 그 비밀 속의 후회했던 기억 - 당신도 나처럼 아직 그 후회했던 기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나요?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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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5 19:48


    비밀댓글입니다

나와 같은 시기에 한국으로 유학 온 친구 2 명이 있다. 그 둘은 한국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한 명은 "나는 졸업하고 한국에 남아서 취직도 하고 여기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한국에서 나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고 사람들도 다정하고 친절해서 살기가 참 편한 곳인 것 같아." 하며 한국을 '사랑'하고 있는 친구이다.


또 한 명은 "나는 졸업하고 절대로 한국에 남아 있지 않을 거야. 한국은 경쟁이 심하고 사람들도 외국인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는 것 같은데, 이곳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야......" 하며 한국을 '싫어'하는 친구이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첫 번째 친구는 털털한 성격을 가진 외향적인 친구이다. 그는 K-POP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으로 유학 온 것이다. 그에게 한국의 인상은 항상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었다. 운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학을 온 후 그는 많은 한국인 친구를 사귀었고 그 한국인 친구들은 항상 그를 많이 챙겨 주고 잘 보살펴 주었다.  또 그는 활동적이고 항상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좋은 성적도 이루곤 하였다. 그에게 한국은 꿈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무대'이다. 때문에 그는 한국을 '사랑'한다.


두 번째 친구는 약간 꽁하고 내성적인 친구이다. 그는 당시 한국이 좋아서 유학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와서는 다른 외국인에게서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정보를 듣고 나쁜 인상을 갖게 되었다. 운이 사나운지 모르겠지만, 우연찮게 그에게는 한국인 친구들도 적고 그가 접한 한국인들도 외국인에 대해 반감한 태도를 보여 주는 친구들이었다. 또 그는 수줍음을 많이 타서 무슨 활동도 참여하려 하지 않고 자기 나라에서 온 몇몇 친구들과 같이 놀기만 하였다. 그에게 한국은 외로움만 타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이며 살기가 힘든 곳이다. 때문에 그는 한국을 '싫어'한다.


나라에 대한 선호도와 국민에 대한 감정은 각각의 사람들에게 내재된 각국에 대한 인상을 표현한 것으로 각국에 대한 인상은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것, 즉 외국방문 혹은 외국인과의 만남 등의 방식과 간접적 체험, 즉 방송, 신문, 서적, 그리고 제3자를 통한 정보 등으로 개개인에게 인지된 것이다(김정은 "한국인의 문화 간 의사소통" 한국문화사).


위에서 이야기한 첫 번째 유학생은 자신이 직접 한국을 알아가고 한국인과 접하면서 몸소 경험하여 인지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유학생은 오히려 제3자가 가져다 준 정보를 더욱 유용하게 받아들여 간접 체험으로 한국을 인지한 것이다. 두 유학생이 인지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그들이 다른 체험과정으로 차이는 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인지가 정확하거나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잘 못된 선입견 즉 편견은 가지지 말자고 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선입견 때문에 다른 무엇인가를 보고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 중에서 잘못된 선입견을 편견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Regers와 Steinfatt는 편견이란 지식도 없고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미리 판단하는 위험한 인지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유학생의 사례가 이것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주었다.


편견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깨기에는 아주 길고 힘든 과정이 필요로 한다.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접한다면 무엇인가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태도이다! 위의 첫 번째 유학생은 정말로 운이 좋아서 마음씨가 착한 한국인만 만났던 것인가? 그렇다고 두 번째 유학생은 또 무슨 잘못을 했기에 매번 성격이 좋지 않은 한국인들만 만났던 것인가? 이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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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곧 닥쳐오기에 나는 집 옆의 도서관을 찾았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도서관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햇빛도 안 들어오고 책도 많이 진열돼 있지 않은 조용한 구석자리츷 찾아 앉았다. 그리고 열심히 시험준비를 위해 공부를 했다.

막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배가 점심 시간을 알려 주려는 듯이 꼬르륵하기 시작했다. 나는 열심히 공부를 한 내 자신에게 쿨하게 한턱 쏘려고 도서관 옆에 있는 롯데리아로 향했다(물론 푸짐한 식사는 아니지만 시간 아끼는 식단 중에 최고라서...).

맛있는 햄버거를 배에 채우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 왔더니 어느새 도서관은 고등학교 강의실이 된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순간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분명히 빨간 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머리에 물음표를 달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 붙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고등학생들은 거의 저녁 9시까지 학교에서 수업하고 야자까지 마치는 것이기 때문에 오후가 되니 '말벌'처럼 갑자기 도서관에 몰려든 고등학교 학생들을 보고 나는 놀라움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려니 하고 나는 계속 나의 책 속으로 빠지려 했다. 그러나 바늘이 떨어져도 소리가 들리도록 조용한 도서관에 갑자기 어느 한 곳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궁금해서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면서 소음의 발원지 쪽으로 가 봤더니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쓰러진 것이다. 도서관 관리인은 급히 여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반대 쪽 여학생의 어머니의 말에 당황을 멈출 수 없어서 관리인이 다시 반복한 말에 나는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자주 쓰러지니까,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니...... 분명히 자기는 지금 바쁘니까, 조금만 있으면 애가 혼자서 깨어날 테니, 그냥 내버려두라는 뜻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왠지 관리인이 어머니의 말에 화가 난 것 같이 느껴졌다.

"저희가 일단 119에 전화를 할 테니까요, 어머님도 빨리 병원으로 찾아가 주세요." 그는 여학생의 어머니에게 아주 간단 명료하게 설명을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119에 전화를 했다.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119에서 침대를 가지고 찾아와 여학생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도서관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나는 우리 대학교 도서관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친구와 같이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날이었다.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나에게 빨리 엘리베이터 쪽으로 같이 따라오라고 했다. 가 보니 한 남학생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도중에 쓰러진 것이다. 내가 다가갔을 때는 몇몇 학생들이 이미 모여 있었고, 학교 건강센터에서 사람들이 바로 도착해 조금 되지 않아 그 남학생을 침대에 눕히고 데리고 갔다.

이러한 '심각한' 일들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코피를 흘리며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슬리퍼와 칫솔, 치약 등 필수품을 챙겨서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는 학생들을 나는 한국에서 비교적 흔하게 봤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괜히 '불쌍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시아권에서는 다들 조금씩은 학벌에 목이 매여 있고 그 게 아주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왠지 더 심각하게 경쟁을 하고 보다 더 열심히 대학을 위해서 혹은 취직을 위해서 죽은 힘을 다해 공부를 하고 학원을 찾아 다니는 것 같다.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하기에는 나로서 한국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기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고 인정해 주면 내가 학생으로서도 마음의 위안이 될 것 같다.

글쓴이: 심해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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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어느덧 6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년이란 시간에서 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무엇을 깨달았고 무엇을 잊었을까? 바람이 불어온다.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눈을 감아본다.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싶다.



"넌 왜 대학원 공부 하는 거야? 취직 때문에?"

"여자가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려고 그래, 그냥 몸매 얼굴 관리 잘하고 시집 잘 가면 되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했던 수많은 말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구절들인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부모님들까지 모두 교사란 직업을 이어받은 가족 환경에서 자란 나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았다.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내가 끝까지 가고 싶었던 건 오직 하나, 석사 공부는 해야 한다.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기에.

대학원을 다니면서, 유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소했던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몸과 마음으로 감명 깊게 느끼고 배우며 단조로웠던 내 일상을 풍부하게 했던 것 같다. 많은 오해로 쌓였던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올바르게 잡혀가면서 그들의 시각으로부터 많은 현상을 보아하니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목표 하나하나를 실현할 때마다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랑을 잃었다. 소중했던 그 사람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던 그 사람 앞에서 난 뒤돌아 서야만 했다. 아프다. 슬프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동갑내기 아이들이 여유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남자친구랑 알콩달콩 데이트하는 시간에 나는 발표자료 준비, 리포트 작성, 학교 일을 해야 한다. 외국생활을 적응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외롭다. 피곤하다. 힘들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 자리에서 머물러 마냥 행복해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더 높이 날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고 방향도 보이지는 않지만.

비 오는 거리에서 헤매는 내 모습이 보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하고 무서워서 떨고 있는 내 초라한 모습. 단 한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지겹도록 외롭고 힘든 과정의 끝에서 내 삶의 빛이 찾아온다는 믿음.

오늘도 난 흩어진 마음을 다잡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해 본다. 온전한 나의 삶, 나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글쓴이: 김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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